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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제왕의 은퇴, 조선 정종의 행복한 노후 비결 3가지

2014년 ‘순수의 시대’에 이어 2015년에도 왕의 은퇴와 후계자와의 갈등을 그린 ‘사도’가 많은 관심을 받고 곧 개봉을 한다고 합니다. 과연 조선시대 왕은 어떻게 은퇴를 했을까요? 생애 중 왕위를 이양하고 은퇴한 왕은 상왕(上王)이라고 불렸는데, 조선시대 상왕은 여섯 명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 권력 다툼으로 인한 결과였지만, 은퇴 후 19년간이나 생존하며 노후를 오래도록 즐긴 왕이 있으니 바로 조선 2대 왕인 정종입니다. 그는 왕위에 오른 지 2년여 만에 그 다음 태종에게 왕위를 양위해 업적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62세까지 살아 당시 평균수명 46세에 불과했던 조선의 왕 중 크게 장수했습니다. 왕보다 상왕으로서의 삶이 훨씬 더 길었던 정종의 인생에서 세 가지 은퇴 포인트를 짚어 봅니다.






좋은 부부관계가 좋은 노후를 만든다?


현재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북한에 있는 정종의 후릉은 조선 최초 왕과 왕비의 봉분이 난간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쌍릉 형식입니다. 쌍릉에서 볼 수 있듯 정종과 정실부인인 정안왕후의 사이는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둘 사이에 후사는 없었지만 왕위를 이양하는 등의 국사를 함께 의논할 정도로 가까웠으며, 왕후 역시 57세까지 장수해 정종과 꽤 긴 노후를 함께 했습니다.



이처럼 노후생활에 있어 배우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통계청에서 조사한 부모와 자녀의 동거비율은 1998년 54.6%에서 2014년 31.4%로 크게 감소해, 은퇴 후 부부 단둘이 사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친구로서도 여생을 같이 할 배우자와의 관계는 행복한 노후의 기본입니다. 은퇴 전 부부가 회사 일이나 가사, 자녀교육 등 각자의 역할에만 충실했다면, 은퇴 후에는 동일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데요. 이때 서로간에 빚는 혼란과 의견 충돌을 피하려면 은퇴 전부터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크고 작은 가정사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이며,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여기에 공유할 수 있는 취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되겠죠.





여가활동과 1만시간의 법칙


조선왕조실록 정종실록에는 정종이 말을 타고 채로 공을 치는 활동적 스포츠인 격구(擊毬)를 여러 차례 즐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정종이 재위했을 때 나이가 40대로 시대적으로 적은 나이가 아니었지만, 젊을 적 무관을 지낸바 있는 정종은 격구를 통해 계속 건강을 챙긴 것 입니다. 그 외에 정종은 사냥, 온천, 연회 등을 즐기며 여유로운 노후를 보냈죠.


최근 적극적 여가를 즐기는 노년층이 늘어갑니다.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리키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인데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과거에 비해 건강해진 60대 이상의 체력, 다양해진 여가거리, 소모임 문화의 발달에도 있지만, 젊을 때부터 즐겨 온 취미를 은퇴 후에도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캐나다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 를 통해 1만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소위 ‘1만시간의 법칙’을 말했습니다. 현재 60세로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그 뒤로는 기대여명 24년이라는 꽤 많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것 입니다. TV시청이나 휴식처럼 몸이 쉬는 취미도 좋지만, 친구와 건강, 재미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적극적인 여가를 도전하기에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인 것이죠.





‘왕자의 난’을 막는 후계 배려와 후회 없는 은퇴


조선 왕조를 세운 태조의 가장 큰 실책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처 선덕왕후 강씨 소생인 여덟째 아들 의안대군을 세자로 책봉한 것입니다. 이에 대군들이 반발해 왕자의 난이 발생하여 같은 자식간에 살육이 벌어졌죠. 그렇게 적자가 사망하자 둘째 영안대군이 2대 왕인 정종이 되었는데, 그러자 왕자의 난을 이끈 동생인 정안대군 방원이 실세가 되어 권력을 행사하였습니다. 결국 정종은 별 일 없이 2년 뒤에 스스로 왕위를 물려주고 안분지족의 삶을 선택했죠. 그렇게 왕위를 물려받은 태종은 상왕 정종을 경계하기보다 곁에 두고 예우하며 말년 말동무로 삼았습니다. 



한 기업의 창업주는 평생 대표이사로 남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은퇴를 고려하는 시기를 맞습니다. 이때 CEO는 자신의 은퇴가 마찰 없이 이루어지고 지속적으로 기업이 성장하기를 기대하는데요.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거나 상속 분쟁 이슈가 있는 경우는 기껏 일궈놓은 기업의 미래 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자신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시간을 정하고, 은퇴 전에 미리 후계자를 지정해 사업에 합류시키는 등 경영의 지속성을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절세 대책, 정관 정립과 경영진 정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요.



그렇게 승계를 마친 이후에는 진정한 의미의 은퇴를 할 필요가 있는데요. 은퇴의 한자는 ‘숨을 은(隱)’, ‘물러날 퇴(退)’ 의 뜻으로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 이후에 갖고 있던 권리와 의무를 내려 놓고 물러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조선왕조 초기 불안한 정황 속에서 편안히 여생을 누리다 간 정종처럼, 이전까지의 인생에 매듭을 짓고 노후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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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