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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환율 변화에 따라 울고 웃는 브라질 채권 시장

25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퇴사한 김모 부장님은 회사로부터의 인생보상이라 할 수 있는 퇴직금의 전액에 가까운 몫을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습니다. 소중한 노후자금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지 지인과 고민을 나누던 중 듣게 된 브라질 국채가 많은 이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려면 가뜩이나 금리도 낮은데 이자소득세마저 부담해야 하지만, 브라질 국채는 금리도 높은 데다 비과세라고 하니 투자자로서는 참 반가운 이야기죠? 더욱이 브라질이라는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국채에 투자해서 돈 떼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도 드셨답니다. 하지만 김 부장님의 믿음과는 달리 현재 그의 브라질 채권 투자는 원금이 반 토막 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고금리와 비과세로 핫한 인기를 누렸던 브라질 채권


브라질 채권은 2010년 즈음부터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금융권의 적극적인 마케팅 영향이 큰 점도 있었는데요. 기본적으로 국내 금리는 갈수록 하락하고 국내 주가는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해외 고금리 채권은 안정성은 높지만, 이자가 너무 적은 국내 채권과 수익성은 기대할 수 있지만, 위험이 큰 주식의 절충안으로 떠올랐던 것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매입한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의 금리는 현재 15%에 육박합니다. 반면 우리나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 선이죠.



브라질은 장기금리만 높은 것이 아니라 단기금리 역시 높답니다. 2013년 초 이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인하했지만,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했지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13년 초 2.75%에서 현재 1.5%로 인하되는 동안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7.25%에서 14.25%로 인상한 것이죠.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들의 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랍니다.






단기금리정책과 토빈세 폐지가 투자 폭주를 끌어냈던 브라질


높은 금리와 더불어 비과세 혜택 역시 브라질 채권의 최대 장점으로 꼽혔는데요. 브라질과의 조세협정으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이 브라질 채권 투자에서 얻는 이익은 모두 비과세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채권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은 이자소득, 자본이득, 환이익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채권 가격의 시세차익인 자본이득, 브라질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데 따른 환이익 등이 모두 비과세 수익에 해당했죠.


이렇듯 브라질 채권이 가진 장점인 비과세는 2013년부터 대한민국의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대폭 강화된 것과 맞물리며 크게 주목받았는데요. 연간 발생하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이 2,000만 원을 넘기는 자산가들의 상당수가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브라질은 2013년 6월에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부과했던 세금(원금의 6%), 토빈세마저 폐지해 투자 수요를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쏙쏙 들어오는 경제용어



   ▶ 토빈세 (Tobin Tax)


   브라질은 자국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자금에 대해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과했음. 2009년 10월에 투자원금 대비 2% 토빈      세를 신설했고,

   2010년 10월에 4%로 인상했으며 곧이어 6%로 올렸다가, 2013년 6월에 이를 폐지함. 토빈세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      국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의 이름을 딴 것으로, 국제 자본의 해외자본 투입으로 해당국의 금융경제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단기    투자를 제한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취지로 도입된 것. 

 





헤알화 환율 변동을 예측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손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브라질 채권에 투자해서 나오는 이자소득과 자본이득, 환이익은 모두 비과세인 것은 사실이나, 채권가격이 하락하면 자본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브라질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환손실이 불가피한 것이죠. 지금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이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브라질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채권 가격은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채권 가격은 채권 금리가 오르면 하락하고, 채권 금리가 내리면 상승하는 구조이지요. 특히 환율이 브라질 채권 손실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브라질 국채는 현지 통화인 헤알(real)로 투자되기 때문에 원/헤알 환율 변화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수익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합니다. 앞서 김 부장님은 2011년 1월초 원/헤알 환율이 685원이었을 때, 브라질 국채 30만 헤알을 매입했는데요. 당시 투입된 원금은 2억550만 원(300,000*685원)이 됩니다. 여기서는 수수료 등 제반 비용과 세금(토빈세)은 고려하지 않았죠.


 

이후 원/헤알 환율은 지속해서 하락해 올 9월 초에는 310원까지 내렸습니다. 그 결과 현재 환율 변화만을 고려한 김 부장님이 보유 중인 브라질 국채의 평가금액은 9,300만 원(300,000*310원)로 55% 폭락한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매입 당시 30만 헤알이던 브라질 국채의 가치가 채권 가격 하락(채권 금리 상승)으로 25만 헤알로 떨어지자 김 부장님의 브라질 국채 평가금액은 7,750만 원(250,000*310원)으로 62%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주기적으로 받은 이자를 고려하면 손실 폭은 다소 줄어들었겠지만 말이죠. 





마이너스 성장과 신용등급 하락으로 큰 위기에 처한 브라질경제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브라질 채권의 문제는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며 원화로 환산한 브라질 채권 투자 원리금이 줄어들고, 브라질 금리는 되려 상승하면서 헤알화로 표시된 브라질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의하면, 브라질 채권 국내 판매 잔액은 6조 원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 가운데 개인 비중이 90%를 넘어선다고 하니, 이번에도 주된 피해자는 개인 투자자인가 봅니다.


국내 투자자들의 브라질 채권 투자 수익은 브라질 금리와 환율 변동에 좌우될 것입니다. 다만 브라질 금리 변동으로 인한 채권가격 변화 위험은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으로 대처할 수 있지요. 채권에 투자할 때 만기 이전에 처분할 경우 채권 가격 변동에 따른 시세차익(혹은 시세차손)이 발생하지만, 만기까지 가져가면 국가, 기업, 공공기관 등 채권 발행 주체가 망하지만 않으면 정해진 액면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브라질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환율 변화로 인한 평가금액 변동위험은 고스란히 남습니다. 궁극적으로 브라질 채권의 투자수익은 헤알화 가치에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헤알화의 가치는 브라질 경제 상황에 좌우되는 것이죠. 문제는 브라질 경제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출 감소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고, 국가 신용등급도 불안하며, 부정부패와 시민 시위로 정치적인 상황도 안정적이지 못한 실정이라는 데 있습니다.

 


최근 브라질 경제의 불안한 실상을 보여주는 뉴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9월 10일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BB+는 투기등급인데요. S&P는 브라질의 재정이 악화하고 정치권 혼란이 가중되며 예상보다 세계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점을 들어,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입니다. 국가 신용등급은 A에서 D까지 매겨지는데, 통상 BBB 이상은 투자하기에 적합한 등급하고 BB부터는 투기등급으로 파악된답니다.


자원 수출국인 브라질 경제에서는 원자재 가격 하락 여파가 크게 감지되고 있지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원자재 수요 감소는 원자재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고요. 브라질 경제 성장률은 2010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었고, S&P 전망에 의하면 올해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브라질 채권에는 당연히 불리하게 작용하는데요. 통화가치가 더욱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브라질 채권시장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도 약세인데요. 브라질 주가지수는 2011년 초에는 7만 포인트를 넘어섰지만, 지금은 4만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브라질 채권의 빛과 그림자로 돌아보는 투자의 교훈


많은 투자자가 브라질 채권 투자로 경험한 고통을 계기로 소중한 교훈을 얻었으리라고 믿습니다. 우선 투자자들은 금융상품 투자에 따른 수익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고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위험을 제대로 파악해야겠죠. 브라질 채권은 금리가 10%를 웃도는 고수익 상품입니다. 하지만 투자에는 변치 않는 원리가 있습니다. 고수익-고위험, 저수익-저위험 관계입니다. 기대 수익이 높은 금융상품은 위험이 큽니다. 높은 수익만을 주목하며 위험을 간과한다면 브라질 채권 투자 실패와 같은 사례는 반복될 수 있겠죠.


또한, 환율은 예측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브라질 채권 투자는 결과적으로는 환율 투자인데요. 특히 신흥국의 통화는 그 방향성을 예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주가도 경기, 산업, 금리, 기업 내부적인 요인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므로 예측하기 어려운데, 환율의 경우에는 한 나라도 아니고 두 나라 혹은 그 이상의 정치, 경제, 산업, 금융 등의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결부되다 보니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죠. 그만큼 신중한 투자가 요구됩니다.그리고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은 그야말로 소중한 은퇴 자금으로, 목돈 대부분을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하나의 상품에 집중하여 투자했다간 자칫 손실을 만회하기 요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9월 금융위기설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 혹은 그 여파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유동성, 안정성, 수익성 등을 참작한 단기, 중기, 장기 자산 간의 분산 투자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것도 기본으로 돌아가는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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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