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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강 건너 불 구경? 일본과 비교한 한국의 은퇴 고령세대



▶초(超)고령사회 일본의 어두운 단면 


세계 최고령국가이자 노후복지가 잘 갖춰져 있다는 일본에서도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독거노인 600만 명, 이 중 200여만 명이 의식주 등 모든 면에서 자립능력을 상실한 ‘노후파산’ 속에 살고 있습니다. NHK는 나름대로 노후를 준비해 왔던 평범한 일본인들도 예상치 못한 기대수명의 증가, 자녀에 대한 지나친 경제적 지원, 부모나 배우자의 건강 악화 등의 원인으로 노후파산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은 이후 경기침체를 경험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도 현 2017년,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됐습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빠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4만 달러 시대를 열었던 일본은 오랜 기간 소득수준이 정체상황이며 우리나라는 소득 2만 달러 도달 이후 3만 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유한 일본 노인들, 가난한 한국 노인들


노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평가하는 ‘헬프에이지(International HelpAge)’의 ‘Global AgeWatch Index’에 의하면 일본 노인 삶의 질은 전체 96개 조사대상국 중 8위, 한국 노인 삶의 질은 60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4개 영역 가운데서도 특히 ‘소득보장’ 부문이 82위로 최하위권입니다.


OECD의 연령 구간별 빈곤율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노인의 빈곤율은 48.8% (2014년 기준)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일본 대비 2.7배나 높습니다. 타 연령 구간에서는 일본 빈곤율이 우리보다 더 높은 가운데 특히 18~25세 젊은 층 빈곤율은 일본이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일본의 가계·비영리 부문 총자산은 약 1,800조 엔에 달합니다. 이는 절대액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5.4배 규모로 일본 인구(우리나라의 2.5배)를 감안하면 두 배 이상 큰 규모에 해당합니다. 특히 일본은 60대 이상 가구가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65.7%를 보유하고 있어 타 연령대 대비 금융자산 보유 규모가 커 가난한 한국 노인 상황과 큰 격차를 나타냅니다.


일본의 연령대별 가계자산은 60대(70,581만 엔)가 가장 많고 70세 이상, 50대 순입니다. 60대까지도 자산규모가 증가한 가운데 70대 이후에도 상당 수준의 가계자산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또한 연령이 높아지면서도 금융자산 비중은 크게 줄지 않고 유지됩니다. 반면 한국은 이미 50대 이후 전체 자산이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금융자산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형태를 나타냅니다.



▶연금에서 달라지는 일본과 한국 노인 삶의 격차


연금제도가 성숙한 일본의 노인은 공적연금으로 평균 월 19.8만 엔을 수령하는데 이는 기준소득의 65%에 달합니다. 한국 노인이 수령하는 공적연금은 월 약 50만 원 정도로 이는 기준소득의 25% 정도에 불과합니다. 공적연금으로 세대 소득의 약 69%를 충당하는 일본 고령 가구와 달리, 한국은 부족한 연금소득(19.9%)으로 자녀·친척 지원(28.6%)과 근로소득(26.1%) 의존 비율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즉, 일본의 노인과 한국 노인의 노후소득 격차는 공적연금 수준에서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우리나라 젊은 세대와 비교할 때 부채가 오히려 자산보다 큽니다. 노인 가구는 금융자산 규모가 상당히 크며 가계부채 부담에서도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금융자산 규모는 60대 이후 급감하는 가운데 노후에도 부채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요. 



▶지난 10년간 한국 노인가구 소비지출 줄여


연금제도가 성숙한 일본은 전체 가구 대비 노인가구 소득 수준이 75%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나 한국은 이보다 10%p 이상 낮습니다. 이와 같은 소득 수준의 차이와 더불어 앞서 살펴본  부채상환 부담의 차이는 두 나라 노인의 소비 차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전체 가구 대비 노인가구 월평균 소비지출 비중은 지난 2005년 82.2%에서 2014년 86.9%로 5.7%p 확대되면서 소비시장에서 노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동기간 8.1%p가 감소해 노인가구가 상대적으로 소비를 더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부족한 소득과 길어진 노후를 감안해 노인가구 중심으로 소비를 축소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은퇴 후에도 고단한 한국 노인들


우리나라 노인의 실질 은퇴연령은 남녀 모두 OECD에서 가장 높습니다. 남성은 프랑스 대비 13.5년, 여성은 슬로바키아 대비 12.4년이나 더 일합니다. 노후에 마땅한 소득이 없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은퇴하지 못하고 노동시장에 남아 계속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많습니다. 젊어서는 어느 나라보다도 많이 일하고, 나이 들어서도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가장 길게까지 일하는 것입니다.



주된 직장에서 떠난 노인 근로의 질은 좋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약 147만 명으로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22.8%를 차지합니다. 노인들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 비중 모두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긴 수명이 축복받을 일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이 보장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경제적 넉넉함 역시 행복한 노후 생활의 필수 조건이고요. 여유가 있을 때에 미리 준비하여 행복한 노후를 맞이 하시기랍니다.


김치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