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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튤립과 비트코인에서 얻는 투자의 교훈



요즘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꽃 중 하나가 난(蘭)입니다. 그윽한 향이 진동하거나 꽃과 잎이 특이한 희귀종은 투자가치도 높아 차 한 대 값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은 난이 비싸다고 하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 꽃은 아무래도 튤립인 것 같습니다. 튤립 한 뿌리가 집 한 채 값인 적도 있다니 믿어지시나요?




▶ 투기 열풍의 대명사, 튤립

튤립이 귀한 존재가 된 것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입니다.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 원정에서 참패한 뒤 동인도회사는 해상무역을 주도하며 엄청난 돈을 벌었고 암스테르담은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위상을 떨쳤습니다. 많은 돈을 번 네덜란드 상인들은 거대한 저택을 짓고 진귀한 것들로 집을 꾸몄습니다. 그러자니 당연히 꽃도 많이 필요했겠죠. 돈을 주체할 수 없었던 네덜란드인들은 특히 튤립에 꽂혔는데 그 중에서도 무늬와 색이 특이한 희귀종 튤립은 값을 불문하고 사들이려 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비싼 튤립의 이름은 ‘영원한 황제’란 뜻의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입니다. 1630년경 당시 목수나 재단사의 연평균 소득이 150~300플로린 정도였는데, 이 꽃은 한 뿌리에 5500플로린에 팔렸다고 합니다. 목수가 20년 가까이 일해야 튤립을 한 뿌리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체 어떻게 생긴 튤립이냐고요? 아래 그림을 보시면 나와 있습니다. 아래는 당시 유행하던 꽃 정물화 화가 한스 볼론기어(Hans Bollongier)의 그림입니다. 당시 꽃 정물화의 관습은 가장 비싼 꽃을 맨 위쪽에 배치하는 것이었고, 이 그림에서는 가장 비싼 셈퍼르 아우구스투스가 맨 위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흰 바탕에 붉은 색의 무늬가 있는 튤립이 바로 셈퍼르 아우구스투스입니다.



<출처: wikipedia (바로가기)>



이처럼 꽃의 가격이 비싸지다 보니 사람들은 그림에서 조차 값비싼 꽃을 그린 정물화를 원했습니다. 그림으로라도 그 희귀한 꽃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죠. 사람들의 이러한 수요에 맞추기 위해 화가들은 꽃 정물화를 많이 그렸고, 보다 화려한 그림을 위해 같은 계절에 피지 않는 꽃들을 서로 짜깁기 해서 하나의 화폭에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부자들이 튤립을 사들여 값이 오르자 서민들까지 튤립 사재기에 가세했고, 사람들이 몰려드니 튤립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치솟았습니다. 사태가 그렇게 진전된 데는 선물거래가 한 몫을 했습니다. 겨울에 묻혀져 있는 튤립의 뿌리가 만개할 때 인도하기로 약속을 정하고 어음결제로 거래를 한 것이죠. 당장 현찰이 나가지 않으니 튤립을 사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선물거래

미래의 어떤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할 것을 현재 시점에서 정하는 것으로, 미래의 가치를 사고파는 거래 


튤립 거품은 1634년부터 3년간 커지다가 1637년에 한 순간에 터져버렸습니다. 현물을 인도하거나 결재해야 하는 시기가 오자 사람들이 튤립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높게 책정된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죠.

튤립 광풍이 휩쓸고 간 후, 프랑스 화가 필립 드 샹페뉴(Philippe de Champaigne)는 1671년에 튤립, 해골, 모래시계를 배치한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를 그렸습니다. ‘바니타스’는 ‘헛됨’을 의미합니다. 사치의 상징이었던 튤립,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 시시각각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모래시계를 배치해 사치나 감각적인 쾌락도 곧 다가올 죽음 앞에서는 다 부질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wikipedia (바로가기)>





▶ 21세기의 튤립, 비트코인

그런데 얼마 전 튤립 같은 상품이 또 나왔습니다. 대상은 다름 아닌 가상화폐라고 불리는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은 지난 2010년 거래가 시작될 때만해도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던 게 2011년 들어 한 때 30달러를 넘더니 2013년 4월엔 100달러를 넘어서고 12월 초엔 1200달러를 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값은 왜 이렇게 그렇게 수직적으로 상승했을까요?

비트코인은 투기수요에 따른 가격 급등락이 폭이 큰 상품입니다. 누가 발행했는지도 모르고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품이었죠. 게다가 발행 총량을 제한해 희귀성을 강조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지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사실 물량이 달리면 화폐로서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가치척도의 수단이나 지불 또는 교환의 수단,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구분하는 화폐의 기능을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죠.


<출처: flickr (바로가기)>



그런데도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몰려든 것은, 한 마디로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입니다. 돈 기능을 보고 덤빈게 아니라 값이 오르면 큰돈을 벌 수 있지나 않을까 하는 심리에 몰려든 것이죠. 이런 면에서 비트코인은 21세기의 튤립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돈을 버는 것이 아닙니다. 값이 얼마나 뛸지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은 투기죠. 일정 수준 이상의 확실한 보상을 꾸준히 기대할 수 있는 게 투자입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미국 서부 시골의 땅을 사서도 그 땅에서 나오는 농산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땅값이 올라서가 아니라 그 땅이 제공하는 수익을 보고 돈을 낸 것이죠. 미래에 가치가 꾸준히 높아질 대상에 돈을 묻어두는 것, 이것이 바로 투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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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