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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영화기자가 들려주는 영화 속 보험 이야기<꾸뻬씨의 행복여행>


당신의 인생은 행복한가요? - 꾸뻬씨의 행복여행 



적게 벌고 더 잘 사는 법을 찾는 ‘도시부족’이 늘고 있습니다. 입시와 취업, 승진, 주거 문제로 과도한 경쟁은 결국 많이 쓰고자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일종의 대안적 삶의 움직임이죠. 대기업을 다니다가 시골에 내려간 한 30대 남성은, 연봉이 높은 대신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자 과소비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하던 일을 그만뒀다고 해요. 자본주의의 소비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는 스트레스도 눈에 띄게 줄었고 마음의 평온도 얻게 되었다며, 지금의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도심이야 말로 스트레스가 번식하는 최적의 온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주변에 늘 비교의 대상이 존재하고 공공장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복잡한 공간이 도시. 도심에는 그래서 스트레스로 마음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신과 병원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 바로 도심이죠. <꾸뻬씨의 행복 여행>은 이렇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도시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정신과 의사의 ‘헥터’(사이먼 페그)의 이야기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급기야 자신이 불행하다고 믿고 있어요. 존재의 이유를 알고 싶어 정신착란증을 겪고 있거나, 치유하지 못할 만큼 마음의 상처를 받아 괴로워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만큼의 조건을 가졌음에도 삶이 자극적이지 않아 불행해 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곳을 찾는 환자이죠.

 

 



친절한 상담, 값싼 진료비로 소문난 헥터의 병원은 늘 이렇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그런데 정작 환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약을 처방해주던 헥터에게 어느날 이상이 찾아오죠. 명망있는 정신과 의사, 능력있고 아름다운 연인, 그리고 한 치 오차 없이 정돈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는 아직 아이가 없어 고민하고 있으며, 병원의 일과는 늘 쳇바퀴 돌 듯 똑같을 뿐입니다. 그의 삶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 있는데요. 병원 진료실은 문이 나란히 두 개 위치한 특이한 구조인데, 막 진료를 받은 환자는 들어온 자신이 들어온 문으로 나가고, 다음 환자는 옆의 다른 문을 통해서 들어옵니다. 이렇게 하면 환자들 누구도 서로 마주치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죠. 그렇게 하루 종일 드나드는 환자들 사이로, 헥터의 삶은 지칠대로 지쳐갑니다. 환자들의 비슷한 고충담은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그런 환자를 상담하는 헥터는 앵무새같이 뻔한 상담을 반복할 뿐이죠. 급기야 그는 생각합니다. 과연 내가 환자들이 행복해질 수 있게 올바른 처방을 내려줄 자격이 있는 것일까? 

  



 

<꾸뻬씨의 행복 여행>은 급기야 행복의 비밀을 찾기 위해 떠난 정신과 의사 헥터의 흥미진진 여행기입니다. 환자를 위한 여행이라 명명하고 있지만 실은 그가 병원 문을 닫고, 사랑하는 연인까지 놔두고 떠나는 건 일상의 틀을 깨는 대단한 결심인 것이죠. 하지만 결국 병들어 위태로운 자신을 위한 극약처방이기도 합니다. 중국, 아프리카, 미국 등 세계 각지를 향한 루트 없는 여행길에서 헥터는 다양한 사건과 사람을 겪게 되는데, 그가 늘 던지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흔히들 말하는 빈부의 격차가 행복에 절대적인 조건이 되는 걸까요?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질문은 시작됩니다. 상하이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헥터가 만난 부유한 사업가는 모든 걸 다 가지고 있지만 매사가 불평불만으로 가득합니다. 값비싼 호텔과 음식도 그에겐 모두 시큰둥할 뿐이다. 헥터를 향해 그는 “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라고 반문하지만, 정작 바쁜 생활 탓에 즐기는 건 은퇴한 후에 하면 된다고 말할 뿐 현재의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죠. 그보다 오히려 길거리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삼삼오오 모여서도 수다를 떨고 즐거운 가사 도우미들이나, 값싼 고구마 스튜를 먹으면서도 행복한 아프리카의 대가족들이 더 행복한 웃음을 짓는 걸 보고 헥터는 행복절대 조건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아프리카로 떠난 그는 그곳에서 가족의 안위를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마약 밀매상을 만나게 되는데요. 헥터는 과연 자신의 행복추구하는 것이 다른 사람불행하게 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게 됩니다. 삶과 죽음을 통해 반추해 본 행복에 대한 질문도 이어지죠. 비행기에서 만난 말기암 환자가 곧 죽음을 앞두고도 지었던 아름다움 미소는 헥터를 감동하게 합니다. 여행 중 헥터는 납치되어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 돌아오기도 하는데, 몸소 겪은 생명의 위기를 통해 그는 행복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됩니다. 

 


 

 

헥터는 이렇게 경험한 에피소드들을 작은 수첩에 빼곡하게 기록해 나가는데요.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자신의 소명에 응답할 수 있는 것, 좋은 일을 기뻐할 줄 아는 것, 온전히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바로 ‘행복을 위한 헥터의 비법 노트’에 적어 내려간 조항들이죠. 헥터가 고생 끝에 찾은 이 항목들이 과연 행복을 담보해줄까? 얼핏 뻔해 보이지만 이 지침들을 실천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럴듯한 이론서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헥터가 여행 중 만난 이들은 다양한 임상실험 대상자처럼 느껴지며, 여행지 하나하나는 행복을 실험하는 거대한 오픈 심리 클리닉처럼 느껴집니다. 헥터의 노트는 철저하게 경험에서 수집하고 실천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실전편’이란 점에서 무수하게 쏟아지는 ‘행복 이론서’보다 더 소중하게 와 닿을 수 있습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프랑스에서 출간된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요. 소설을 집필한 프랑수아 를로르는 전문 작가가 아니라 작품 속 주인공처럼 파리 한복판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삼십대 중반의 정신과 의사로, 에피소드의 상당 부분이 그의 경험담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원작을 집필한 를로르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꾸뻬 씨에 열광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원하기 때문일 거다”라고 답했어요. 헥터는 그래서 결국 행복을 찾았을까요? 여행 중 그가 만난 노승려의 말에 답이 보입니다. “행복찾는 걸 목적으로 삼지 말라.” 우리 모두 행복해지고 싶고, 누군가 찍어둔 행복의 좌표를 따라가려고 합니다. 상당수의 사람이 그 조급증에 불행해 지고요. 파랑새를 찾아 나선 남매가 결국 집으로 돌아와 파랑새를 만난 것처럼, 행복을 찾는 대신 삶을 살다보면 행복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요? 

 

 











이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