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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일상 속 스트레스도 품어주는 대자연, 명산과 암자 이야기 <2편>


지난 [명산과 암자 이야기 <1편>]에서는 북한산과 관악산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격무에 지치고 세파에 시달린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은 산행인 것 같습니다. 산을 타면서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자연과 하나 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저번 시간에 이어서 설악산과 지리산에 대한 이야기로 산행의 매력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해발 1,244m 고지에 있는 국내 최고의 기도도량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인 설악산(1,708m)은 글자 그대로 눈과 바위의 산입니다. 금강산에 버금가는 비경을 자랑하는 남한 제일의 명산이지요.

 


설악산 중에도 내설악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백담사를 비롯해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인간의 온갖 고뇌와 번민을 멸하여 주는 보배로운 궁전) 중의 하나인 봉정, 다섯 살 난 신동이 성불했다는 전설 외에도 김시습이 머물렀다는 오세암, 비구니 암자인 영시암 등이 있습니다.



봉정암은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높은 해발 1,244m 고지에 있습니다. 백담사 입구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 구간(8km)은 셔틀버스로 이동하고,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구간(11.5km)은 다섯 시간 정도 걸어가야 합니다. 이 절에 가기 위해 걷는 것 자체가 수행이요 명상이 됩니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산행 코스입니다. 울창한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와 음이온도 덤으로 주어지고요.


봉정암은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기 위해 지은 암자이고, 백담사의 부속암자이며 대표적 불교성지인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점암,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중 하나입니다. 봉정암 가는 길 옆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물은 너무 맑아 바닥까지 투명하게 보이고 초록빛 나뭇잎이 반사된 옥색 물은 마치 비취를 보는 듯합니다. 설악이 아니면 보기 힘든 장관이 연출되고, 깎아지른 기암절벽 틈틈이 수천 년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소나무들은 천연분재원이라 해야 옳을 듯 합니다. 


설악산관리사무소에서 백담사까지는 백담계곡, 백담사에서 시작되는 계곡은 수렴동계곡, 이어서 가야동계곡으로 이어져 쌍폭을 지나면 봉정암 입구인 깔딱고개(수직300m)에 이르게 됩니다. 깔딱고개는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며 숨이 넘어갈 듯 혼신을 다해야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가파른 급경사입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의 법당에는 부처님 상을 모시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리탑을 향해 창문이 열려 있고 창틀 위에는 부처님이 앉을 방석만 놓여 있습니다. 석가사리탑은 수천 년을 넘게 지키고 서 있은 듯 비바람에 씻겨 모서리가 무디어져 있고, 곳곳에는 이끼가 끼어 오랜 세월의 흐름을 짐작하게 합니다.

 


사리탑이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오른쪽 능선은 공룡의 등뼈와 닮았다고 하여 ‘공룡능선’이라고 불립니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의 기암괴석과 암릉들, 그리고 병풍처럼 둘러쳐진 거대한 바위암벽들이 감싸고 있는 봉정암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의 비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수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 내설악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의 산행길은 수행의 길이자 순례자의 길입니다. 화강암으로 된 바위를 밟으며 불의 기운(火氣)을 얻고, 옆으로 흐르는 수렴동계곡, 가야동계곡, 구곡담계곡의 물줄기를 벗 삼아 걸으며 물의 기운(水氣)을 얻어 화기와 수기의 조화를 통해 영혼이 맑아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구례의 금강산 오산(鰲山, 531m)과 네 명의 성인이 수행했던 자리 사성암(四聖庵)


오산은 산의 형상이 자라같이 생겼다고 하여 ‘자라 오(鰲)’ 자를 써서 ‘오산’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오산은 신라시대의 고승인 원효대사, 의상대사, 도선국사, 진각국사 등 네 명의 성인이 수도하였다고 하여 ‘사성암(四聖庵)’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당대 최고의 고승들이 수도했던 곳이라 하니 가히 명당 중의 명당일 것입니다. 



절 입구에 들어서면 전국 어디를 가도 보기가 드문 예사롭지 않은 건축물 하나가 보입니다. 25m 높이의 절벽에 석축을 쌓고 기둥을 세워 절묘하게 지은 전각이 유리광전인데, 그곳에는 원효대사가 암벽에 손톱으로 새겼다는 마애약사여래불 벽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백제 성왕 22년에 연기조사가 화엄사를 창건하고 그 다음해에 사성암을 지었다고 전해지는데 이런 곳에 현대적 건축 장비가 부족한 아득한 그 옛날에 이런 기암절벽에 지으려고 하는 시도 자체만 보더라도 가히 그의 도력을 짐작할 만하겠습니다.


암자를 오른쪽으로 돌아 오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온통 절벽입니다. 이처럼 단단한 바위가 밀집되어 있는 지세는 기운이 강한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좌우로 거대한 바윗돌이 수호신처럼 감싸고 있는 곳, 그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 잡은 산왕전과 도선국사가 수도했다는 도선굴은 사람 몸 하나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정도의 좁은 바위틈 사이로 통로가 나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좌선대, 신선대, 풍월대, 망풍대 등의 절경이 나타납니다. 사성암에서 내려다보면 구례읍내를 휘감아 돌아 남해로 굽이쳐 흘러가는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지리산 노고단(해발 1,507m) 자락을 마주하며 구례평야가 내려다보이는 전경은 아름답고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땀 흘리고 몸이 힘든 산 타기가 뭐가 좋으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산행은 체력적으로는 힘들지 모르지만 온몸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대자연의 맑은 기운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정신이 맑아지고 온갖 번민과 고뇌도 사라지지요. 삭막한 콘크리트를 벗어나 자연을 느끼고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기에 저는 산을 좋아합니다. 육체적으로도 산행은 하체근력 강화, 심폐기능 향상, 신진대사 촉진, 비타민D 합성 촉진,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 효과 등 다양한 건강증진 효과를 동반합니다. 산행이야말로 자연이 우리 몸과 마음에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요?


여러분 또한 땅의 기운, 물의 기운, 하늘의 기운이 가득한 대자연에서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행복한 삶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산들의 바위산이고 다소 험준하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등산장비를 잘 갖추시고 날씨나 등산 코스, 개인의 몸 상태 등을 고려하여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정석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