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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네 명의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중국인들의 노후 대비 방법은?

누가 뭐래도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 인구는 무려 13억7,600만 명에 달했습니다. 중국은 명나라 이후 평화가 정착되고 농업이 장려되면서 청나라 때 이르러 본격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1950년대 중공정권 수립 이후 마오쩌둥이 '人多力量大(사람이 많으면 국력도 크다)', 다산 정책을 장려하면서 중국 인구는 1970년대 말 9억 명에 이르게 됩니다.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 급격한 고령화로 이어지다.


폭발적 인구 증가는 식량 부족, 도시화, 경제 성장 지체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았고 이를 우려한 중국 정부는 1978년부터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당시 공산당 정권의 강제력이 동원된 산아 제한 정책은 파급력이 매우 컸습니다. 급격한 인구 증가 뒤의 산아 제한은 인구 구조 변화로 이어져 현재 중국은 우리나라와 더불어 인구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지난 2001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0%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2015년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9.6%로 나타났습니다. 생산 가능 인구(15세~64세) 대비 65세 인구 비중인 노인 부양 비율은 13.0%로 우리나라(18.0%)보다 낮지만, 아시아 국가 평균(11.1%)보다는 높습니다. UN 인구 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은 지금부터 10년 뒤인 2026년 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중 14% 이상)로 진입한 뒤 2035년이면 초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중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가 많은 만큼 중국은 고령 인구 규모의 영향 또한 매우 큽니다. 현재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1억3,143만 명인데, 이는 남북한 인구(7천545만)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UN에 따르면 2050년이면 60세 이상 중국 인구는 무려 4억 3,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미국 전체 인구보다 1억 명 이상이나 많은 숫자입니다. 


인구 고령화는 집권 공산당의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노동 인구 감소와 노인 인구 증가를 ‘1-2-4 현상’으로 설명하는데, 이는 ‘한 명의 아이와 두 명의 부모, 그리고 네 명의 조부모’란 뜻으로 현재 자녀 세대는 미래에 두 명의 부모와 네 명의 조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중국의 연금제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1990년 중반 아시아개발은행(Asia Development Bank)과 세계은행(World Bank)의 자문을 받아 본격적인 연금개혁에 돌입했습니다. 이때 중국 정부는 기초연금 적용 대상을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고, 기존 의무가입연금에 개인계정연금을 추가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1951년 국가 공적연금의 틀을 마련했지만 1980년대 이전까지 연금과 의료보장 혜택을 받는 이들은 소위 ‘철밥통’으로 불리는 일부 국영기업 근로자들뿐이었습니다.


중국 연금제도는 기초연금과 강제기업연금의 2개 층(two-tier)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기에 임의가입 사적연금이 추가됩니다. 기초연금은 우리나라 기초연금과 마찬가지로 본인 기여 없이 조세로 충당되며, 확정기여형(DC)으로 운용되는 강제기업연금은 도시근로자 기준으로 본인 임금의 8%, 사용자는 최대 20%를 납입합니다. 이외에 사업장에 따라 임의로 추가 기업연금에 가입하거나 사용자가 개인연금 일부를 보조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중국 연기금의 자산 규모는 $9,889,600만 달러(2013년 기준)로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1/4에 수준입니다.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며, GDP 대비 비중으로도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한 제도 혜택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 국영기업에 근로하는 도시근로자들로 제한돼 사각지대가 광범위합니다. 성(Province)별로도 보험료 갹출 편차가 크고 재정 상황도 달라 만일 특정 성(Province) 연금 재원이 부족한 경우 중앙정부가 그때그때 필요한 재원을 지원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에서는 최근 생산 가능 인구 축소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 남성 60세, 여성 55세로 정해져 있는 정년을 2045년까지 65세로 늘리자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60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30%가 넘는 상하이가 ‘탄력적 정년연장’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상하이는 연금재원 부족으로 중앙정부로부터 한 해 수백억 위안의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20년이면 연금재원 부족액이 830억 위안(약 13조 8천억)으로 시 한 해 재정수입의 10%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부모 부양 의무 법으로 지정


중국은 부모 부양의 의무를 법으로 명문화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2013년 7월 개정 시행된 노인권익보장법(일명 노인법)에 따라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않는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에 따르면 60세 이상 부모가 있는 자녀들은 부모에게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해야 할 뿐 아니라 따로 살 경우 일정 횟수 이상 부모님을 의무적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상하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5월부터 자식이 노부모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은행 거래 및 대출 등 금융 거래에 제한을 가하거나 고위직의 경우 승진 가능성을 낮출 예정입니다. 이는 지난 1월  ‘노인인권보장조례’ 통과에 따른 것으로 노부모들은 자녀의 방문 횟수가 적다고 판단하면 복지기관에 건의하거나 법원에 자식을 제소할 수 있습니다.  



한편, 중국인들은 ‘은퇴’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국인들은 ‘은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자유, 해방, 휴식, 행복한 시간, 더 이상 일하지 않는 것,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등을 꼽았습니다. 과거 비슷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경제적 어려움, 두려움, 외로움, 지루함 등을 언급했던 것과 대비되는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중국도 우리나라도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모두의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김치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