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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을 통해 본 돈 거래의 지혜


<출처: 위키피디아 (바로가기)>



살다보면 친한 사람들로부터 돈 얘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지요. 친척이나 친구가 급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올때가 그런 상황일텐데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말하길, 돈을 빌려주면 돈도 잃고 사람까지 잃게 된다고들 합니다. 친한 사이일수록 돈 거래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거죠. 한두 번은 냉정하게 거절할 수 있지만, 사정이 정말 딱해서 어렵게 부탁하는 사람에겐 어떻게 하냐고요? 어떤 사람들은 그냥 돈 잃는 셈치고 빌려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냥 주면 곤란해요. 그러다 진짜 사람마저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땐 적어도 ‘샤일록’ 만큼은 할 것을 권합니다. ‘샤일록’이 누구냐고요?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작품을 아시죠? 그 작품에서 고리대금업자로 나오는 인물이 바로 샤일록이랍니다.




▶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은 악당이 아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은 배를 담보로 잡고 모험상인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줍니다. 이 때 안토니오는 자기가 꾼 돈을 제 때 갚지 않으면 가슴살 1파운드를 베어내도 좋다는 증서를 쓰게 되죠. 샤일록이 그런 계약을 요구한 게 아니라 자신만만한 안토니오가 먼저 그런 제안을 한 것입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바로가기)>



여기서 안토니오가 자신의 가슴살까지 담보로 잡은 것은 배가 담보로서의 가치는 약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바다를 떠다니는 작은 배는 풍랑을 만나 침몰할 수도 있으니 담보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안토니오는 가슴살 1파운드를 제안하여 담보 가치를 높이려 했던 것입니다.

이 작품은 안토니오의 가슴살을 담보로 잡은 샤일록을 비열한 인간으로 비난합니다. 물론 신체에 해를 가하는 계약은 현재에도 당연히 무효이지만 그것은 열외로 하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돈 거래엔 그만큼 철저히 계약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샤일록은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개인 간 돈 거래일수록 이렇게 철저히 계약서를 써야 합니다.

왜냐고요? 사실, 돈이 필요하면 이자가 싼 은행에서 대출 받으면 쉽습니다. 그런데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평소에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들 말입니다. 신용이 높지 않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돈을 갚지 않을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신용이 작은 사람과 돈 거래를 할 경우에는 빌려주는 사람은 돌려받을 방법을 철저히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바로가기)>



계약서를 쓰건 차용증을 쓰건 빌려주는 사람에겐 두 가지 이점이 있어요. 우선, 애초에 돈을 갚은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그 문서를 쓴 사람은, 문서 없이 빌려갔을 때보다 상환에 대한 부담을 더 갖게 되지요. 소송까지 가게 되는 경우에는 이 계약서나 차용증이 물리적 증거가 됩니다.

이런 문서를 요구하는 건 체면을 깎는 일 아니냐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 있다면, 상대방에게 돈 거래만큼은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저 사람은 무엇이든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도 있습니다. 체면을 깎는 일이라 아니라, 오히려 체면을 세우면서도 당신의 소중한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 부모-자식 사이의 돈 거래 노하우는?


모르는 사람과의 돈 거래에는 <베니스의 상인>처럼 확실한 담보가 필요한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가족과의 거래에서는 어떨까요? 특히 부모가 자식 사이의 돈 거래라면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작품을 하나 보실까요?

하시다 스가코의 소설 <오싱>은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까지 울게 했다는 유명한 소설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가난과 시련과 수모를 견뎌내고 결국은 아이들을 거대 유통업체의 오너로 키워낸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여인 ‘오싱’의 일생을 그렸죠. 이 소설의 모델은 일본 야오한 백화점의 창업자 가즈다 와다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오싱은 바닥을 전전하다 생선장수로 신용을 얻어 나중엔 여러 개의 점포를 둔 식료품 가게 체인을 꾸릴 만큼 성공합니다. 덕분에 그의 아들 히토시는 부잣집 사위가 되지요. 그런데 편하게 돈을 버는 데 눈이 먼 아들은 명예를 도용해가면서 땅을 사들이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자금난에 몰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자녀들은 돈줄이 마르면 먼저 부모에게 달려가죠. 이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 자식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심정으로 ‘오냐 오냐’ 하며 돈을 밀어줍니다. 그러다가 집안 전체가 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그런데 소설 속 오싱은 그러질 않았습니다. 아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부도가 나도록 내버려 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들의 마음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일부러 돕지 않은 것이죠.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오싱의 가족들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큰 집을 내놓고 작은 집으로 가는 것을 모두 겸허히 받아들였죠. 오싱은 아들의 그런 변화를 확인한 후에야 옛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가게를 인수하고 가족이 재기하도록 돕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은 상대방이 확실하게 돈을 갚도록 거래를 한 것이라면, 오싱은 자기 자식이 확실하게 성장하고 깨우칠 수 있도록 돈 거래를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싱은 ‘돈을 빌려주지 않는’ 거래를 했지만요.




▶ '찰스 디킨스'가 말하는 행복한 돈 관리 




찰스 디킨스는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명성을 가진 영국의 대문호입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위대한 유산>이나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등이 그의 작품이죠. 하급 공무원이던 아버지가 빚을 지고 감옥에 들어간 때문에 어려서부터 돈의 중요성을 잘 알게 된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소설 곳곳에 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바로가기)>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데요. 유복자로 태어난 주인공 데이비드가 온갖 고난을 이겨내며 중산층 소설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인물 ‘미코버’는 젊은 시절 빚을 갚지 못해 감옥살이까지 하다가 호주로 건너가 성공한 뒤 런던으로 금의환향합니다. 그가 어린 데이비드에게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조언하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얘야. 매달 20파운드씩 버는 사람이 14파운드만 쓰고 6파운드를 저축하면 행복해진다. 반대로 20파운드를 버는데 26파운드를 쓰면서 빚을 지면 불행해지지.”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요?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난해에는 이미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부채과다가 심각해졌죠. 아직까지도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 유럽의 금융위기도 모두 과도한 부채에서 왔습니다. 미코버의 너무나 당연한 조언은 부채과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한 마디가 아닐까요?






이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