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와 이서진, 한지민과 김태희. 이 유명 연예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소문난 ‘조카 바보’라는 사실입니다. 방송에서는 까칠한 도시남녀처럼 보여도, 사랑스러운 조카 앞에서는 사르르 녹아버리고 마는 평범한 고모 또는 삼촌이죠. 최근 조카를 위해 아낌없이 베푸는 싱글족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한 골드앤트와 골드엉클 이야기를 함께 보실까요?
시니컬한 캐릭터로 ‘일급 까칠남’이라는 별명이 붙은 배우 이서진. 한 예능에 출연해 ‘세상에서 조카가 가장 예쁘다’며 조카 바보 셀프인증을 했었죠.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함께 야구를 즐기기도 하고, 조카를 녹화장까지 초대하는 모습은 ‘일급 삼촌’ 그 자체. 최근 이서진처럼 자신의 조카를 자식처럼 아끼며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들을 부르는 신조어가 생겨났는데요. 바로 <골드앤트> 또는 <골드엉클>입니다. 이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싱글여성을 일컫는 ‘골드미스’의 골드와 고모, 삼촌을 합친 신조어입니다.
골드앤트와 골드엉클의 등장 배경은 사회적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초혼 평균 연령은 남자 33세, 여자 30.8세로 모두 서른을 넘겼습니다. 30세 넘겼다고 해서 ‘노처녀 노총각’ 취급받던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죠. 또, 서울시 조사를 살펴보면, 시민 10명 중 4명은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답했습니다.
여기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24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초저출산 기준선인 1.30명을 넘어서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아이가 없는 부부는 10년 새 약 12만 가구가 증가한 셈인데요.
이렇게 골드싱글과 무자녀 부부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모든 가족에게 VIB(Very Important Baby)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했던 엄태웅의 딸 지온이. 인스타그램에 고모 엄정화가 선물해준 장난감 화장대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죠. 엄정화는 조카를 만날 때마다 항상 양손 가득 선물을 준비해 지극한 조카 사랑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엄정화처럼 조카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고모나 삼촌을 가리키는 말로 ‘에잇포켓’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는데요. 저출산 시대, 한 자녀가 태어나면 조부모, 외조부모, 부모까지 총 여섯 명의 어른이 한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연다는 의미의 ‘식스 포켓’에 고모와 삼촌이 추가된 것입니다. 요즘에는 거기에 이모와 외삼촌까지 모두 더해 <10포켓 1 마우스 시대>라는 용어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조카를 위해 흔쾌히 지갑을 여는 골드앤트, 골드엉클이 늘어나자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엔젤산업>은 망하지 않는 산업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한 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유아동 산업 규모는 2012년 27조 원에서 2015년 기준 39조 원 규모까지 확대되었는데요. 한 오픈마켓이 이용고객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올해 어린이날 선물 대상으로 자녀(36%)보다 조카(39%)가 오히려 많았습니다. 또, 한 빅데이터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에서도 ‘조카 선물’의 언급한 인터넷 글은 이년 전부터 3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엔젤산업’의 새로운 전략고객인 골드앤트와 골드엉클에 눈높이를 맞춘 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구찌, 펜디, 아르마니, 몽크레어, 칼 라거펠트 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의 키즈 시장 진출을 들 수 있습니다. 골드앤트족은 소득이 높고 부양가족이 없어 고가의 선물 구입에도 부담이 없으므로 업계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죠.
‘조카 바보’의 등장이 불러온 경제적 효과, 꽤 강력합니다. 앞으로도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고모와 삼촌, 이모와 외삼촌들의 조카 사랑은 쉽게 식지 않을 것 같은데요. 국내 ‘엔젤산업’의 성장과 경쟁은 어디까지 계속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