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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야구 아는 여자’들의 시대 – 여성 야구팬이 바꾸는 야구 경제

정규시즌은 끝났지만, 가을야구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800만 관중을 동원하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의 관중 수는 143만 명. 매우 비약적인 발전을 한 셈인데요. 이와 같은 발전에는 최근 늘어난 여성 야구 관객도 큰 몫을 했습니다. ‘야구 아는 여자’들이 만드는 그라운드의 새 풍경과 그 경제적 효과, 함께 알아볼까요?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어느 때보다도 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관중이 800만 명을 넘어선 것인데요. 이와 같은 한국 야구의 성공에는 ‘여성 야구 팬’들의 직관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5년, KBO 입장권판매대행업체 T사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관중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3.1%. 2011년 KBO가 집계한 결과인 39.2%보다 3.9%나 늘어났습니다. 그중 2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관중의 23.6%로 가장 많아 20대 남성 관객 비율을 넘어섰죠. 30대 여성관객 비율은 12.6%를 차지해 30대 남성관객 비율인 21.1%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데요. 구단별 관객 분석에서도 여성팬들의 증가가 두드러집니다. 두산 베어스의 경우 자체 분석을 통해 홈경기 여성 관중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을 찾은 팬 중 여성팬의 비율이 36.3%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성인 남성들이 즐기던 스포츠였던 야구, 이제는 젊은 여성 관중이 즐기는 대표적인 스포츠가 되고 있습니다.



여성팬들은 응원 문화나 먹거리, 이벤트 등에 흥미를 느끼며, 주변인을 따라 구장에 왔다가 ‘야구의 맛’을 본 후 프로직관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여성 관객이 골수 팬으로 성장하면서 야구장의 먹거리, 응원 문화 또한 바뀌고 있는데요. 주류나 치킨 일색이었던 야구장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디저트 판매점과 카페가 들어섰고, 놀이방과 여성 휴게실, 수유실이 만들어졌습니다. 구장 별로 보면, 잠실구장은 여성 전용 코인락커를 설치하였고, 문학경기장의 경우 최초로 여성 파우더룸을 설치하고 야구 서적을 배치했습니다. 광주구장은 여자화장실을 14개 더 만들었죠. 야구장은 이제 쇼핑센터나 놀이공원과 경쟁하는 중입니다. 



여성 관중이 늘어나면서 야구장의 응원 문화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응원 유니폼을 패션으로 승화시키는 여성팬들로 인해 응원 도구가 무척 다양해지는 중입니다. 5년 전 단일 종류였던 여성 유니폼은 18종으로 늘었고, 거울과 담요, 파우치, 침구 등 이색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또, 여성전용 액세서리와 네일 스티커 등 여심을 노린 이색 응원 도구도 속속 출시 중인데요. 


2015년도 한 오픈마켓의 프로야구용품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으며, 여성 고객 매출은 47% 늘어나 남성고객 매출 증가율인 15%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여성 고객 매출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구단은 두산 베어스이고, 그 뒤를 LG 트윈스가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LG 구단은 올해 전체 응원 용품 중 여성 상품 매출이 2010년 20% 수준에서 올해 47%까지 늘어났다고 발표했죠. 특히, 작년 출시된 ‘KBO 텀블러’의 경우, 구매 고객 중 여성비율이 78.8%로 밝혀져 여성 야구 팬 파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남성팬이었던 한국프로야구에 이처럼 여성팬 유입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KBO의 전문가는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09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가장 큰 계기라 설명하였는데요. 한국 야구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짜릿한 승부를 보여주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는 것입니다. 또, 작년 KT위즈가 1군 리그에 합류하면서 출범 34년만에 10개 구단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징검다리 휴식 없이 한 시즌 내에 팀당 144경기가 펼쳐지게 된 것이죠.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6일 내내 계속되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유도하게 된 것도 팬 수 증가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또한, 각 구단이 다양한 이벤트를 앞세워 적극적인 관중 끌기에도 나섰던 것도 여성팬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요. 특히 흥행 열쇠인 ‘여심’을 잡기 위해 각 구단의 마케팅이 치열했습니다. 야구 룰을 알려주고 주요선수 소개, 응원가 부르기 등을 함께하는 야구 특강에서부터 여자 야구단 지원, 주부나 여성 직접 시구 이벤트까지 다양한데요. 이러한 다각도의 노력은 결국 여성 관객 증가와 프로야구 관객 수 800만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더는 금녀의 영역이 아닌 야구장. 야구는 점점 남녀를 떠나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는 중입니다. 모두 함께 즐기는 젠틀한 야구 문화가 자리잡는다면, 한국 프로야구의 한 시즌 관객 1,000만을 돌파하는 것도 꿈은 아닐 듯 합니다. 내년 시즌부터는 멋진 가을 야구를 보여줄 불꽃 투혼 한화 이글스, 순간을 지배하는 마약야구로 다시 만나요! 짜릿한 야구 같은 경제 카드뉴스,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