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늘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를 겪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비를 해야 미래 경제 활동에 큰 지장을 받지 않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보험입니다. 보험계약자는 우발적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험사로부터 보상받음으로써 경제생활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질병 ‘암’
고령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 바로 암과 치매입니다. 한국인 10명 중 3~4명은 암에 걸립니다. 특히 폐암과 간암, 대장암, 위암이 사망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2015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사망 원인 1위도 암입니다. 인구 10만 명당 803명이 사망하였고 다음은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암 종류별 사망률을 살펴보면 폐암이 인구 10만 명당 206.7명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간암(99.1명), 대장암(92.8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신이나 가족이 암에 걸릴 경우 치료비 부담이 가장 큰 걱정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암보험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증가하면 공급자인 보험회사는 암보험상품을 개발하여 적정하게 지불할 만한 보험가격을 제공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입니다. 하지만 보험 상품은 일반상품과 달리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 즉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보험사고(암 발생 등)가 발생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가격(보험료)을 산정하게 되는데 기본적인 위험률에 안전할증률(30~50%)을 추가하여 보험료를 산출합니다. 하지만 실제 암발생률은 항상 일정하지 않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보험료 산정시 위험추세율을 반영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경과기간이 오래된 계약일수록 암보험에 대한 손해율이 상승합니다. 이 때문에 주요 생보사들이 암보험을 판매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최근 들어 다양한 상품구조 변경, 예를 들어 갱신형, 비갱신형상품이나 암 종류별 보험금을 차등화하는 등 위험률차익확보(예정위험률보다 실제위험률이 적게 발생)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일부 중소형 생보사들이 암보험 판매를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독형 암보험보다는 특약형태로 상품을 개발하면서 여전히 보험가입자들의 니즈와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갱신형이나 특약형 암보험의 경우는 최초보험료는 비갱신형 암보험의 보험료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갱신 주기에 따라(3년~15년)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결국 소득이 단절되는 은퇴 시점에는 보험료 부담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2015년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금융위원회)에서 경쟁과 혁신을 통해 보험규제를 소비자편익 중심으로 위험요율 관련규제 등을 전면 재정비한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생보사 입장에서는 현행 위험률의 미래증가율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하에서는 갱신형과 같은 상품만 개발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규제가 보험가입자의 니즈에 부합하지 못하고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소득이 적은 고령자 세대는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헬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건전한 보험시장과 보험가입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