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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1억원 < 200만원? 노후생활을 위한 가치는 다르다!

“1억 원을 모으는 것이 빠를까? 아니면 1, 2, 3, 4…, 10…, 100, 101…, 1억 세는 것이 더 빠를까?”

 

한 드라마에 나온 대사입니다. 직관적으로는 모으는 것보다 세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이 들지요? 정말 그런지 간단한 셈을 해보겠습니다. 하루는 24시간, 분과 초로 환산하면 각각 1,440분과 86,400초가 됩니다. 1억을 86,400초로 나누면 1,157일, 대략 39개월입니다. 1초에 하나씩, 먹지도 자지도 않고 세도 3년이 넘게 걸립니다. 2초면 6년이고, 3초면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사람이 숫자만 세고 있겠습니까? 어쩌면 우리 생각과 달리 1억을 세는 것보다 버는 것이 빠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1억 원을 모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목돈을 모으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계산하는데 72법칙을 사용합니다. 72법칙은 원금이 2배가 걸리는 기간을 계산하는 공식으로 [72÷금리=기간]이 됩니다. 가령 과거금리가 20%였던 시절 1,000만 원을 예금해두었다면 원금은 3.6년(72÷20=3.6년) 만에 2배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금리가 2%일 경우에는 36년으로 10배 이상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매월 저축을 통해 1억이라는 목돈을 모으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일반적으로 매월 63만 원, 연복리 6% 금융상품에 10년 정도 꾸준히 저축을 해야만 원하는 목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은 과거와 달리 목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은퇴설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노후준비는 은퇴시점까지 원하는 필요자금을 모으는 데만 집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컨대 은퇴기간으로 20, 30년을 예상하고 소요될 생활비를 은퇴시점에 일시금으로 환산하여 은퇴설계를 해보니 목표자금은 수억 원에 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김 부장(50세)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김 부장은 60세에 은퇴할 예정입니다. 대략 은퇴기간은 30년, 노후생활비 200만 원이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부장이 지금부터 60세까지 준비할 금액은 얼마가 될까요?


 

단순히 계산하면 원금만 7억2천만 원(200만 원×12개월×30년)이 되는 셈입니다. 7억2천만 원을 지금부터 모으는 것과 퇴직 후 노후생활비 200만 원을 확보하는 것 중 무엇이 빠를까요?

 

먼저 두 가지를 고려하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는 ‘시간’입니다. 김 부장은 은퇴목표자금 7억2천만 원을 모으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1억을 모으는데 대략 10년이 걸리는데 7억2천만 원은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하겠죠. 물론 이미 준비해놓은 금액이 있다고 해도 김 부장이 은퇴 전에 모으기 쉽지 않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합니다. 

 

둘째는 ‘가치’입니다. 가령 김 부장이 매월 이자소득으로 200만 원을 얻기 위해서는 통장에 얼마가 있어야 할까요? 연복리 2%, 이자소득세 15.4%를 부담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한다면 14억1,844만 원{(200만 원×12개월)/(1-15.4%)/2%}이라는 큰 금액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만 봐도 은퇴 후 소득 200만 원은 목표자금 7억2천만 원보다 높은 가치가 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괜찮은 노후가 열릴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일반인들은 은퇴 시 필요한 일시금으로 목표를 설정할 때보다, 소득으로 목표를 설정할 때 더 쉽게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빨리 내린다.”



김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