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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안정된 노후를 위해 목돈보다 더 중요한 소득관점의 연금설계


누구나 은퇴 후 안정된 노후를 위해 고민을 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강연에서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데요. “여러분, 1억 원을 버는 게 빠를까요? 아니면 1억을 세는 것이 빠를까요?”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 사람은 세는 것이 더 빠르다고 얘기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1억을 버는 것이 빠를지 세는 것이 빠를지 구체적으로 계산해보았습니다. 


▶ 1억을 갖기 위해 걸리는 시간


1억을 센다고 했을 때, 1초에 1원씩 센다고 가정하면, 한 시간에 셀 수 있는 돈은 3,600원입니다. (1시간=60초X60분) 하루는 24시간이고 분과 초로 환산하면 1,440분, 86,400초가 되는데요. 1억을 86,400초로 나누면 1,157일, 대략 39개월에 해당합니다. 1초에 1원씩, 먹지도 자지도 않고 숫자만 센다고 할 때 3년이 넘게 걸린 셈인데요. 현실적으로 먹지도 자지도 않고 돈을 세는 건 불가능하죠. 십분 양보해서 하루 8시간만 돈을 센다고 가정해보면, 1년에 셀 수 있는 돈은 760만 3,200원(3,600원X8시간X22일(월평균 근무일)X12개월)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1억을 세려면 13.2년이 걸리는 셈이죠. 

그렇다면 1억을 번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따져 본다면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 하루 8시간씩 일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66,800원을 벌게 됩니다. 1년 동안 17,635,200‬원(8,350원X8시간X22일(월평균 근무일)X12개월)을 버는 셈이죠. 이를 기준으로 1억 원을 번다면 약 5.7년이 걸립니다. 이렇게 보면 돈을 세는 쪽보다 버는 쪽이 무려 7년 정도 빠른 셈이죠. 

세는 쪽보다 버는 게 훨씬 빠른 1억 원을 왜 쉽게 갖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금융’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돈의 속성이나 움직이는 원리를 알아야 원하는 만큼의 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죠. 


▶ 금융을 알아야 돈이 모인다


돈을 모르는 사람에게 돈이란, 그저 종잇조각에 불과합니다. 그저 아끼고 모으면 지금보다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나, 유능한 투자 전문가에게 맡기면 알아서 자산이 불어날 거라 기대할 뿐이죠.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복리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며 <72 법칙>을 말했습니다. 


 


72 법칙이란, 72를 복리 수익률로 나누면 원금이 두배가 되는 기간과 같아진다는 법칙인데요. 가령, 1980년대의 은행의 평균금리는 대략 24%였습니다. 물론 금리와 수익률의 개념적 차이가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72 법칙을 적용해 보면 72/24=3년으로 1980년대에는 원금이 두배가 되는 기간을 대략 3년 정도로 볼 수 있죠. 하지만 요즈음은 어떤가요? 2%대의 금리에 72 법칙을 적용해 보면 72/2=36년이 걸립니다. 이처럼 요즈음은 돈을 불려가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 안정된 노후를 위한 소득관점의 연금설계


노후준비의 개념이 돈에서 다양한 가치 측면으로 변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비는 당연히 필요하겠죠. 이전에는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퇴직 시점까지 원하는 필요 자금을 모으는 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가령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박 과장(35)이 60세에 은퇴해서 최소 월 생활비 200만 원으로 평균 기대수명 80세까지 노후생활을 한다고 가정할 때 얼마를 모아야 할까요? 라는 식인데요. 실제 물가 상승률 1%, 투자수익률 3%를 고려할 때 필요금액은 3억 9천만 원이지만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면 필요자금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 만약 기대수명이 90세로 약 30년, 은퇴 기간이 늘어나면 5억 4천만 원으로 늘어나고 이때 물가와 투자수익률이 각각 1%P 증가, 하락한다면 다시 조정되어 6억 2천만원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목돈 중심의 생활비 마련 은퇴 설계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먼저 기대수명, 물가상승률, 투자수익률 등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라는 점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한다면 노후준비를 위한 연금설계의 방향은 목돈 중심이 아니라 소득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득관점의 연금설계는 다양한 소득으로 소득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설계는 확정된 수입을 통한 준비입니다. 공적 연금, 확정급여형(DC) 연금상품을 통해 얻는 소득, 두 번째는 보수적인 목표하에서 얻는 소득입니다. 이것은 은퇴자에게 유동성을 제공하거나 유산으로 남겨 주기 위한 목적의 소득이죠. 세 번째는 희망 소득입니다. 이 소득은 확정기여형(DC) 퇴직 연금을 통해 은퇴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사용하기 위한 소득입니다. 마지막으로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장수보험이 있습니다.

연금설계도 다양한 경제변수들로 인해 변동성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금소득 (국민, 퇴직, 개인연금)의 경우 구매력 측면에서 물가와 임금상승률이 이미 반영되어 있으며, 개인연금 (연금 저축, 연금보험)의 경우 보험료 납입 시 세제 혜택은 물론 연금수령 시 비과세 혜택(조건 충족 시)이 주어진다는 장점 때문에 은퇴 설계 관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죠. 


아프리카 속담에 “음악이 바뀌면 춤도 바뀌어야 한다(When the music change, So does the danc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은퇴 설계의 관점이 변화면 노후준비의 구체적인 전략도 바뀌어야 하는 것처럼,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연금설계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김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