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지겨운 장마 끝, 후끈한 열기와 함께 찾아온 2020년 다섯 번째 11시 콘서트. 후끈한 여름 열기만큼 11시 콘서트를 찾아온 여러분의 열정 또한 뜨거웠습니다. 여러분의 열정과 함께한 8월의 11시 콘서트,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 아름다운 선율로 잊는 한여름의 더위
8월 11시 콘서트의 시작과 끝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8번 A장조였습니다. 이 교향곡은 베토벤이 남긴 가장 경쾌하고 단출한 교향곡입니다. 바로 앞선 작품인 제7번 교향곡처럼 ‘리듬의 교향곡’이라 할 수 있지만 그보다 한결 유연하고 세련된 음악이랍니다. 그 곡이 ‘디오니소스의 제전’이라면 이 곡은 ‘아폴론과 뮤즈의 제전’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귀족적인 기품과 서민적인 활력, 고풍스러운 향기가 어우러진 곡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베토벤의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죠. 이 교향곡은 비교적 규모가 큰 양단 악장. 즉, 힘차면서 우아한 제1악장과 저돌적인 4악장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간 두 악장을 둘러싼 구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얼핏 고전적인 규범을 따르고 있는 것 같이 들리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규범 속의 파격’으로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오늘 공연에서는 1, 2악장이 1부에서, 3, 4악장이 2부에서 연주되었는데요. 다분히 고전적인 외형 속에 베토벤다운 실험정신과 시대정신이 투영된 곡을 접할 기회였습니다.
1부에서 베토벤 교향곡 제8번의 1, 2 악장을 감상한 후 이어진 곡은 파가니니의 ‘대 비올라를 위한 소나타’였습니다. 이날 비올라 연주자로 11시 콘서트의 진행을 맡은 김상진 비올리스트가 훌륭한 연주를 선보였는데요. 1834년 작곡된 이 곡은 파가니니의 음악다운 특징이 가득한 곡입니다. 이탈리아인만의 유창하고 감상적인 선율미에 화려한 테크닉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파가니니 스타일 비올라 음악의 극치를 맛보게 해주는데요. 연륜이 담뿍 묻어나는 김상진 비올리스트의 연주 속에서 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곡이었습니다.
잠깐의 인터미션 후 2부의 문을 연 곡은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 장조입니다. 곡 이름처럼 피아노 연주는 정말 왼손으로만 연주되었습니다. 사실 이 곡은 일반 청중이 귀로만 들어서는 왼손만으로 연주되고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죠. 이 곡은 빈 출신의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쓴 곡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오른손을 잃는 아픔을 겪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남다른 의지와 열정으로 연주 활동을 지속했죠. 1929년 비트겐슈타인에게 의뢰를 받은 라벨은 이 곡을 쓰기 위해 체르니와 스크리아빈의 고난도 연습곡들과 생상스의 왼손을 위한 연습곡, 그리고 쇼팽의 연습곡을 왼손용으로 편곡한 고도프스키의 곡 등을 연구한 후 이런 놀라운 작품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날 피아노 연주를 맡은 홍민수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그 놀라움을 두 배로 느끼게 해주었답니다.
8월의 11시 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곡,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고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새로운 시각의 선율이 8월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표현하는 듯한데요. 오늘은 여기서 8월 11시 콘서트에 대한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여름도 무더위 잘 이겨내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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