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 적벽대전>
고대로마의 정치가 겸 저술가 키케로의 ‘노년의 관하여’ 라는 저서에서는 유년기의 연약함, 청년기의 격렬함, 중년기의 장중함을 거쳐 오랜 항해 뒤 마침내 항구에 들어서는 배처럼, 노년에는 인생의 원숙함이 자연스럽게 풍겨난다고 인생을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노년의 모습은 키케로가 말한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인데요. 다가오는 100세 시대, 여러분은 은퇴 후 노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인문학을 통해 배워보는 은퇴설계 노하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은퇴준비에도 예습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키케로의 인생묘사와 달리 사람들은 은퇴시점이 다가 올수록 심경의 변화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은퇴를 앞둔 10여 년 전에는 은퇴 후 삶에 대한 막연한 ‘꿈’과 ‘상상’을 가지게 되지만 은퇴시점이 다가올수록 숨겨진 감정이었던 ‘우울’과 ‘분노’를 표출하게 되며 결국은 자신의 현재의 삶을 그냥 ‘수용’해 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남성의 경우 그간 돈을 버는 경제적 주체이다가 은퇴와 함께 경제적 주체로서의 존재감이 사라지게 되면서 은퇴 후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다양한 측면(금전, 시간, 건강 등)에서 급격하게 증가하게 됩니다. 여성들에게 가장 꼴 보기 싫은 은퇴 후 남성상이 ‘일식이(하루 한 끼만 집에서 먹는 남편)’, 두식이(두 끼나 먹는 남편)’라는 씁쓸한 농담이 회자 된 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 되었구요. 남자가 나이 들어 필요한 것은 부인, 아내, 집사람, 와이프, 애들 엄마 순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막연한 은퇴 후 삶에 대한 동경은 마치 자녀들이 시험공부를 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요행’을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은퇴준비에도 공부가 필요한 것인데요, 내가 원하는 은퇴생활에 대한 꿈과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평소에 예습이 필요하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예습하고 준비해야 해야 할까요?
▶ 송나라 주신중의 인생오계를 통해 배우는 은퇴설계
중국 송나라 학자 주신중(朱新仲)은 ‘인생오계’(人生五計)를 통해 사람이 한 평생 살아가면서 다섯 가지 계획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인생오계를 통해 노년의 삶이 꿈이 되고 현실이 되는 5가지 계획을 재해석 보겠습니다.
1. 생계(生計) – 안정적인 은퇴자산 구조를 만들라
첫 번째 이야기는 은퇴 후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인데 직업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10월 1일은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이었는데요, 이 날 발표된 UN 산하단체 Help Age조사자료에 의하면 조사대상 91개 국가 중에서 한국의 노후소득 수준이 90위(최하위권), 건강은 오히려 8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노후가 가난한 나라지만 건강은 가장 좋은 상태로 노후의 삶이 균형 잡혀 있지 못하다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네요.
현재 노인복지의 키워드는 일자리인데요, 은퇴 후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지금부터 고민하고 그에 맞는 일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야구에서는 선발투수가 최소 6~7회까지 막아주는 것을 ‘이닝이터’(inning eater)라고 부릅니다. 야구경기에서 지속적으로 막아주는 이닝이터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현대 야구에서는 6, 7회 이후에 나오는 불펜투수(야구에서 선발투수를 대신해 중간, 마무리를 책임지는 투수)들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은퇴에서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은퇴 후 다른 일거리를 찾아보는 것이 더 필요하죠.
은퇴에서 불펜투수의 역할은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3W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시기(When), 정해진 금액(What), 정해진 기간(While) 동안 안정적인 현금흐름(Cash Flow)을 만들어내는 은퇴자산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것이 근로소득이든 자산소득(연금, 임대)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노후의 경쟁력입니다.
2. 신계(身計) – 100세 시대,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다
신계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한 계획을 말합니다. ‘9988234’ 라는 말이 있는데요,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면서 2~3일을 앓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같이 건강한 삶을 살길 기대하고 있겠죠~?! 하지만 평균수명은 81세일지라도 건강수명은 72세로 병치레로 8~9년정도를 보내는 짧지 않은 시간이 존재한답니다. 100세 시대가 건강한 사람에게는 기쁨과 축복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본인과 가족 모두에게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죠. 나이가 들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답니다.
3. 노계(老計) – 노후를 위해 윤택한 개미가 되어라
노계는 어떻게 하면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당당한 노후를 보낼 것인가의 문제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적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전체 고령자의 35%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30만 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이 빈곤층의 노후 대책에 작은 도움은 되겠지만, 충분조건은 될 수 없는 것이죠. 우리는 골목 어귀마다 폐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노후의 삶이 꿈이 되고, 상상이 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준비상태에 따라 좌우 된답니다. 젊은 날의 베짱이도 좋지만 노후를 위해 윤택한 개미가 되어야 내가 원하는 노후가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4. 가계(家計) – 자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기부연금을 고려하라
가계(家計)는 노부모와 자식문제 그리고 부부간 갈등 등의 가족문제를 잘 맺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은 노노(老老) 상속과 부모 부양의 문제랍니다.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부양을 조건으로 자식에게 재산을 이전해 주어야 하는 웃지 못할 현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가 진전된 일본의 경우 80대가 넘은 노인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이런 노인이 사망 시 재산은 사망자의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상속이 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들도 이미 50, 60대의 노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산의 효율적 사용 측면에서 노노(老老)상속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법적 상속을 운운할 정도로 많은 재산이 있지 않더라도 재산에 대한 사전계획은 꼭 필요하답니다. 자식에게 줄 생각이 없다면 ‘기부’도 하고 ‘연금’도 받는 ‘기부연금’(2014년 7월 시행 예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관련 글 : ‘기부하고, 연금받고! 기부연금이 뜬다’ (바로가기))
5. 사계(死計) – 새로운 은퇴준비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계(死計)는 인생의 아름다운 마침표, 은퇴 후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기고 어떤 모습으로 떠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의미합니다. 몇 년 전 아흔을 바라보는 어느 은퇴자가 한 말이 기억나네요. 그는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러나 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았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게 후회뿐이다. 55세 정년퇴직하고 직업 없이 산 게 벌써 30여년이다. 지금이나마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 무엇을 남기고 떠날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라고 말했습니다. 은퇴자가 한 회고의 말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노후의 삶이 단지 돈이 아닌 가치의 관점으로 새로운 은퇴준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송나라 학자 주신중의 ‘인생오계’를 통해 배워보는 은퇴설계 노하우 어떠셨나요~?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말씀하시는 어른들의 입버릇처럼, 은퇴 후의 삶은 생각보다 빨리 우리 곁으로 다가온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계획을 잘 짜고 대비한다면 은퇴 후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겠죠~?! 여러분의 든든한 노후 미리 준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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