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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답답한 코스피, 시장을 이기는 가치투자 따라잡기




요즘 주식시장은 조심조심 걸어가는 거북이와 같은 모양새입니다. 올 들어서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보폭을 좁게 가져가고 있죠. 코스피는 지난 2011년 5월 초에 2238 포인트로 사상 최고치(종가기준)를 기록한 이후로는 2000 선을 좀처럼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코스피는 3년 가까이 주로 1750~2050 포인트 사이에 머물고 있지요. 


이처럼 주가가 일정한 주가 수준 아래로는 더 떨어지지 않고, 또 일정한 수준 위로는 더 오르지도 않는 시장 상황을 ‘박스권 장세’라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박스권에 갇혀 있는 코스피라 해서 '박스피'라 부르는 현상도 야기되고 있답니다.






부진한 주가지수에도 불구하고, 선전하는 개별종목

코스피가 약 3년 전에 비해 200 포인트 정도 낮기 때문에 주가지수만 놓고 보면 국내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지난 3년 동안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으리라는 짐작되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물론 모든 투자자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별 종목에 따라서는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기간에도 커다란 수익을 냈기 때문이죠. 실제로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3년 동안 50% 이상 올랐고, 한국전력 주가는 70% 상승했죠. 게다가 제과업체 오리온 주가는 100% 이상 급등한데다, 네이버 주가는 200% 이상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으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사례는 그렇게 흔치는 않은데요. 3년 동안 주가가 크게 올랐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차익을 실현하지 않고 진득하게 보유할 수 있는 개인 투자자가 많지 않은데다, 주가지수보다 큰 폭으로 오른 종목보다는 주가지수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종목이 더 많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개별 종목 투자는 주식 선택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개별 종목이야 그렇다 치고, 40~60개 이상 다수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주가지수를 크게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경우가 많답니다. 2014년 5월 13일을 기준으로 할 때 코스피는 지난 3년 동안 6% 정도 하락했지만, 일부 펀드들의 3년 수익률은 20%를 넘어섰으니까요. 아래 수익률 상위 펀드 예시 표는 펀드 평가업체 제로인이 집계한 수익률을 참조했으며, 해당 펀드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는 자료는 아님을 명심하세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치투자

코스피 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선보인 펀드 이름을 살펴보면 유독 ‘밸류(value)’ 혹은 ‘가치’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밸류 투자, 즉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펀드인 것입니다. ‘가치투자’란 말 그대로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치주’란 적정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으로, 주가가 제 값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적정가치를 찾아가면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을 뜻합니다. 앞으로 빠른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에 주가가 비교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성장주와 대비되는 개념이기도 하고요.

최근 3년 동안 주가지수에 비해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한 상당수 펀드들이 가치투자 전략을 내세운 펀드들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가치투자로 집중되고 있는데요. 가치투자는 주식시장이 부진한 움직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방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이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그 결과 신규 투자되는 펀드 자금의 상당 부분이 가치주 펀드로 유입되고,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가치주 펀드 자금 이탈은 미미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죠.




가치투자를 시작하는 3단계 전략 



가치투자는 시장에서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죠. 현재 주가가 기업이 지닌 진정한 가치보다 낮지만 언젠가는 진가를 인정 받으리라고 보고, 제 값을 받을 때까지 보유하는 장기투자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투자의 첫 번째 단계는 적정 가치에 비해 낮게 거래되는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것입니다. 주가만 놓고는 저평가 혹은 저평가 여부를 논할 수가 없는데요. 어떤 주식이 1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해서 비싸다고 할 수 없고, 1000원에 거래된다고 해서 싸다고 할 수 없죠. 그 주식의 적정한 가치가 200만원이라면 100만원도 저평가된 상태라 할 수 있고, 적정가치가 500원에 불과하다면 1000원을 주고 사기에도 비싸니까요.

가치투자의 두 번째 단계는 저평가된 주식들을 선별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주가가 제 값어치를 못 받는 이유만으로 투자하기로 마음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죠. 기업지배구조와 같이 일부 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어서 주가가 낮게 거래되고 오르기도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제대로 된 가치주를 선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분석하고,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을 주목한답니다.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가치투자를 실행하는 가장 전통적인 잣대이고요.

쏙쏙 들어오는 경제용어


▶ 주가수익비율(PER)

현재 주가가 기업이 벌어들이는 주당 순이익의 몇 배가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PER가 높으면 기업의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으므로 고평가됐다고 하고, PER가 낮으면 기업의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으므로 저평가됐다고 하죠. 주가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기업이 창출하는 순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PER가 낮으면서 순익 증가가 기대되는 주식은 투자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지요. 


▶ 주가순자산비율(PBR)

현재 주가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주당 순자산의 몇 배가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PBR이 높으면 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하고, PBR이 낮으면 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하죠.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기업의 자산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가치 있는 자산주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물론 PER이나 PBR 외에도 경쟁력, 시장지배력, 제품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변수들을 함께 고려해 가치주를 선별해야 할 것입니다.


가치투자의 세 번째 단계는 일일 주가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여유를 갖고 장기 투자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고 해도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고 주가가 제 값을 되찾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요. 가치투자는 곧 장기투자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기다리는 자세가 중요하고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으로 주식을 오래만 갖고 있는 개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장기투자 마인드를 견지하되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슈가 발생하거나 주가가 제 가치를 찾은 경우에는 정리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야겠죠.

아래 표는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주식) 펀드와 신영마라톤 펀드가 높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을 제시한 내용입니다. 가치주 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자료이고,, 개별 종목 직접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의하세요. 구성비에서 펀드는 해당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고, 시장은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합니다. 각 펀드의 보유 주식 비중은 2014년 3월 3일 기준이고요.







가치투자 전에 3가지를 유의하세요!

좋은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수해 제 가치를 찾을 때까지 장기 보유하면 시장을 이기는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전략이 바로 가치투자입니다. 하지만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몇 가지 유의사항을 염두에 둬야 하겠죠.

첫째,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가치주는 아니죠. 기업에 따라서는 주가가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있기도 하니까요. 투자자들은 기업의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고, 매수 이후에도 꾸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개인 투자자가 제대로 된 가치주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장기 보유하다가 적정가치에 도달했는지의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겠죠. 자주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몇몇 개별 주식에 집중 투자하기 보다는 다수의 좋은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나 변액을 이용해 간접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가치투자도 1~2개 가치주에 몰아서 투자하기 보다는 우량한 가치주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게 낫고요.

셋째, 가치주 쏠림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지난 3년 동안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선전하자, 최근 시중의 투자자금이 가치주 펀드로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로 인해 성장주가 소외되면서 저평가되고 가치주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고평가되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지요. 투자에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미래 수익성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성장주가 싸게 나왔다면 훌륭한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전세계적으로 전설적인 투자가인 워렌 버핏은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로 알려져 있지요. 좋은 주식을 고르는 워렌 버핏의 혜안과 반복되는 금융위기에도 중심을 잡는 강인함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혜안과 중심 잡기는 비단 성공적인 투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고요.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인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