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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어른? No! 어른이! 어린 시절의 취미를 공유하는 키덜트 문화


어느새인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익숙한 용어가 된 키덜트, 아이를 뜻하는 키드와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의 혼성어로서 어휘가 탄생한 1960년대 초창기에는 ‘미성숙한 어른’ 혹은 ‘아이 같은 어른’을 뜻하는 단순한 어휘였으며 ‘피터팬 증후군’ 같은 성인의 도피현상과 동일하게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 미국의 공대생들을 중심으로 장난스레 ‘아이 적의 즐거운 취미를 어른이 된 시점에 더욱 열심히 즐기는 모습’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게 되고,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에서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나 문화상품을 구매하는 어른’의 뜻으로 쓰기 시작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문화를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소비하는 유희문화’의 뜻으로 정착되었습니다.



▶키덜트 문화의 변화: 대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대한민국에서도 여가활동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던 키덜트 문화는 200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경향을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키덜트 문화를 대표적으로 향유하던 대학 학부생 등의 청춘들과 달리 직장인들은 미혼인 경우 퇴근길 음주 회식문화, 기혼인 경우 가족을 위한 레저활동이 여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죠.


그러나 2010년부터는 직장인들 스스로 개인의 여가를 찾아가기 시작하고 일방적인 음주문화가 아닌 다양한 취미를 지향하고, 가족의 경우 역시 자녀들과 더불어 같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를 선호하는 과정에서 키덜트 문화가 확산하였습니다.


2015년 통계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직장인의 29%가 자신을 스스로 키덜트족이라고 주장했을 정도니 이 정도면 직장인에게 키덜트 문화가 하나의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키덜트 문화로 꼽을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세심한 손길로 다뤄지는 인형의 문화 - 피겨


명절이 되면 아이들이 함부로 손을 대 파손할까 봐 아예 방문을 걸어 잠근다는 건담 프라모델 애호가들의 걱정을 접하신 적 있나요? 구체관절 인형부터 조립식 플라스틱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피겨들이 바로 키덜트 문화의 대표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만화, 게임 등의 서사 콘텐츠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캐릭터를 소재로 플라스틱이나 금속으로 제작해놓은 모형이 주류를 이룹니다. 피겨 문화는 그 특성상 여럿이 함께하는 문화보다 개인의 세심한 집중력과 수집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하나둘 자신이 좋아하는 피겨를 모으다 보면 그 수납공간이 모자라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들여 조립하거나 다듬어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보거나 좋아하는 이야기 세계를 현실의 작은 공간에 전시해놓고 나면 볼 때마다 뿌듯해지는 자신만의 박물관이자 휴식의 장소가 되겠죠.



▶혼자 해도 좋고 여럿이 하면 더 좋은 - 게임


직장동료들과 퇴근 후에 소주 한잔할 수 있는 주점이 아닌 PC방으로 이동해 스타크래프트 한판을 하시는 분 계실까요? 게임 문화는 어른도 아이도 같이 나이를 따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키덜트 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예전에는 주사위를 던져가며 말을 옮기는 보드게임이 가족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키덜트 문화였다면 이제는 콘솔 게임기나 온라인 PC 게임이 더욱 게임 문화를 확장하며 세대 간의 장벽을 푸는 데도 큰 구실을 하고 있죠.


최근에는 블리자드의 6인용 게임 오버워치가 큰 인기를 끌면서 여러 직장에도 관련 동호인들이 나타날 정도로 붐을 이루는데요. 팀을 이뤄서 다른 상대의 팀과 승부를 겨루는 최근의 게임 문화가 과거의 나 홀로 게임족으로부터 더욱 활발한 사교성이 있어야 하는 단체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고전의 만화가 최신의 영화산업으로 - 히어로 팬덤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슈퍼 히어로 무비는 최근 대중문화에서 큰 인기를 끄는 문화현상이 되었는데요. 알고 보면 이 영웅들은 20세기 초반의 만화책 시대부터 활약해온 노장들입니다.


반세기 전 아이들의 눈길을 끌던 만화 속 주인공들이 다시 지금의 아이들에게서도 인기를 누리기란 참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블과 디씨코믹스로 대표되는 슈퍼 히어로들은 만화책 속의 기발한 상상력과 화려한 묘사가 현대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능해진 고도의 특수효과에 힘입어 21세기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되살아나 만화를 보고 자라난 어른들과 영화를 보고 있는 아이들의 징검다리는 물론 다양한 의류와 액세서리로 키덜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구세주이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도 단체 영화 관람을 하는가 하면 과장님 책상 한 쪽에 놓인 스파이더맨 마우스 패드, 부장님 자동차 열쇠를 장식하고 있는 아이언맨 열쇠고리 등 사무실 한쪽을 쓱 들러보기만 해도 어쩐지 직장인들의 친구 같은 다정함마저 느껴질 정도죠.



▶대표적인 키덜트 문화행사들


이처럼 키덜트 문화가 자연스럽게 성장함에 따라 일상적인 모습은 물론 특정한 시기마다 큰 규모의 키덜트 행사가 펼쳐지기도 하는데요.


2014년부터 열려온 서울 키덜트 페어는 한해 참석자만 5만 명이 넘을 정도로 대성황을 이루며 키덜트 산업의 성장성과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다양해지는 연령대의 풍경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키덜트 & 하비 엑스포는 2016년부터 큰 성공을 거두며 2017년 1월에도 큰 화제를 모으며 다양한 모형 전시는 물론 각종 게임 체험 행사까지 선보이곤 했는데요. 이런 전시 행사들은 향후 더욱 다채로운 문화행사로 발전해가지 않을까 합니다.



▶키덜트 문화가 주는 행복


이제는 키덜트 문화가 소수의 취향 존중이 아니라 누구나 갖고 있을법한 문화의 하나로 바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각자가 즐기는 유형과 형태가 워낙 여러 가지일 뿐이지 고단했던 일상의 하루를 마감한 뒤 가장 먼저 직장인을 반기는 것은 새로운 장난감이나 먼저 퇴근해서 같이할 게임을 기다리는 동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키덜트 기호는 무엇인가요?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