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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올바른 경제습관 배우기

햇볕이 따뜻하고 나무들이 푸르러지는 초여름 6월.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기 참 좋은 계절이지요? 얼마 전, 저도 가족과 함께 재미있는 주말을 보내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요. 고심 끝에 정한 나들이 장소는 요즘 한창 뜨고 있다는 ‘연츄럴파크’였습니다. 옛 경의선 철길 주변에 조성된 공원도 구경하고, 맛있는 점심과 디저트를 즐기는 동안 우리 가족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가족 간의 사소한 트러블은 연남동의 명물 동진시장을 구경하러 가면서 시작되었죠. 가벼운 주말 나들이에서 맞닥뜨린 우리 가족의 경제 이야기, 들어보시겠어요?



▶ 생활 속에서 일어난 아빠와 딸의 ‘소비 갈등’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와 수공예품이 많았던 동진시장 앞. 호기심 왕성하고, 가지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인 딸아이는 당연히 무척 즐거워하며 아이쇼핑에 몰두했는데요. 결국, 한 가지 물건에 꽂힌 시선을 쉽게 거두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사기를 원했던 물건은 비닐로 된 작은 파우치였습니다. 문제는 이 물건의 구매를 두고 가족 구성원의 의견이 충돌했다는 데 있었죠. 


저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었고, 아내는 아이가 원한다면 사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딸아이는 물건의 가치와 가격을 꼼꼼하게 따져보기보다 ‘갖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는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작은 파우치의 구매를 두고 벌어진 가족 간의 의견 차이.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저는 이 사건으로 ‘우리 아이 경제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우리 아이 경제 교육의 기본, 합리적 소비에서 시작된다 


경제의 운영원리는 그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는 모두 비슷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정경제와 기업경제, 국가 경제는 결국 플러스(+) 아니면 마이너스(-)라는 것이죠. 규모가 크든 작든 수익보다 지출이 많아지면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근검절약을 외쳐도, 평소 가계지출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부터 점검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또, 아이들의 경우에는 어릴 적 소비 경험이 성인이 된 후 지출습관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지요. 



올해 한국의 1분기 가계부채는 약 1,360조 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충동구매, 쇼핑 중독으로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데다, ‘홧김비용’,’탕진잼’등 소비에 관한 씁쓸한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부채 없는 플러스(+)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합리적 소비’를 몸에 익혀야 합니다. 



▶ 어른도 어려운 경제이론, 온라인으로 가르친다


하지만 합리적 소비는 어른들에게도 까다로운 과제입니다. 무조건 ‘아껴라’고 한다고 아이들이 충동구매를 쉽게 자제할 수는 없겠지요. 저축과 투자 등 돈의 기본 개념을 가르치는 이론 교육도 병행되어야 ‘건강한 소비’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용돈 기입장 작성, 통장 개설 등 경제 홈 스쿨링을 하고 있다면 이와 함께 경제 이론을 공부할 기회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경제 이론 교육은 정부 부처, 금융기관 등의 동영상 학습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데요. 현재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예금보험공사에서 다양한 금융 교육용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 중입니다. 이러한 학습자료들은 웹툰, 플래시 게임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되어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지요. 학부모도 가끔은 헷갈리는 까다로운 경제 용어나 이론.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면 좋습니다. 



▶ 소비와 돈의 가치, 박물관에서 배운다


꾸준한 이론 교육도 중요하지만, 보고 듣고 만져보는 체험 교육도 올바른 경재개념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역사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은 자주 찾지만, 경제와 관련된 박물관은 조금 생소한데요. 꼼꼼하게 체크해보면 금융 관련 박물관과 교육 시설도 제법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2001년 개관한 한국화폐박물관은 딱딱한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경제교육의 장입니다. 화폐의 역사, 금융의 기본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각종 상설전시와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는 곳인데요. 체험 학습을 위한 테마 공간도 풍부하게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기 좋습니다. 또, ‘소비와 저축’ ‘화폐 속 숨은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주말강좌와 계절별 어린이 교실도 마련되어 있죠.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한국금융사박물관’도 금융발전사를 공부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국 금융 100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유물과 함께 금융 기관에 대한 자료도 전시 중입니다. 또, 외국 화폐와 기념주화 등 아이들이 호기심을 느낄만한 전시 코너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전시뿐 아니라 ‘도전 금융 박사’ ’내 얼굴 들어간 화폐 만들기’ ‘경제 퀴즈 풀기’ 등 체험 경제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십오만 원도, 백오십만 원도 아닌 만오천 원짜리 작은 비닐 파우치 한 개에 고민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딸아이는 결국 뿔이 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계속된 설득에 아이도 자신의 고집을 잠시 돌아보는 듯했습니다. 만약, 봄날의 가족 나들이가 아무런 사건 없이 지나갔다면 더 행복했을까요? 그러나 저는 그 작은 사건으로 인해 아이에게 올바른 소비와 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는 것에서 작은 위안을 얻습니다. 그 이후로 아이와 마주 앉아 ‘합리적 소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요. 오늘도 딸바보 아빠는 사랑하는 딸의 플러스(+)인생을 위해 노력중입니다. 



최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