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든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죠. 이유는 다양하지만, 주로 ‘사람 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직장 내 괴롭힘 수준은 생각보다 심각한데요.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중 70%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간호계의 ‘태움’ 문화, 일부 IT업체 사업주의 폭행 사건 등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사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죠.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문제가 되었는데요. 이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제정한 것입니다. 오는 7월 16일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어떻게 직장인이 받는 괴롭힘을 근절하고, 직장인의 권리를 찾아줄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 법으로 처음 규정한 ‘직장 내 괴롭힘’
새롭게 시행되는 근로기준법이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법에서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하고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의외로 들리지만, 직장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행위를 정의하고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직장 내 폭행이나 폭언, 모욕과 같은 특정 행위는 다른 법의 일반적인 제재 규정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특히 근로자가 신체적, 정신적 괴롭힘을 받지 않고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하여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법률에 규정하고 올해 7월 16일부터 시행하게 된 것이죠.
▶ 법으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의 범위
개정되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고용주)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괴롭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근로자는 고용 형태나 근로계약 기간 등을 불문하고, 파견근로자의 경우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은 반드시 사업장 내에 한정되지 않고, 외근·출장지 등 업무와 관련된 장소나 회식, 기업행사 장소는 물론 사내 메신저, SNS 등 온라인상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①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우위를 이용한다는 것은 피해 근로자가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를 괴롭힘 가해자가 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위의 여부는 직급 체계상 서열은 물론 연령·학벌·성별·출신 지역 등 개인적 속성 및 직장 내 업무의 영향력(감사·인사부서)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②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가해행위가 직·간접적으로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야 합니다. 또한 문제되는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불만을 느끼더라도 상급자의 지시가 사회 통념상 업무에 필요하다고 인정된다면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③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근무환경의 악화란, 괴롭힘으로 인하여 피해 근로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행위자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그 행위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구체적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는 위의 세 가지 요건과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예시 자료를 보면 판단 기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요건은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 및 관계 법령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도 즉시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신고를 접수하거나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사용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피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사용자는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사용자의 구체적인 조치 내용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당사자나 직장 동료의 경우 괴롭힘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이를 회사에 신고하게 되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용자에 대하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가 보호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이번 개정 근로기준법의 특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기업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자체적인 체계를 갖추도록 지침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7월부터는 상시 1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필수적 기재사항이 포함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취업규칙에 반영할 내용은 사내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 관련 사항,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 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행위자 제재, 재발방지조치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기업의 자체적 규율을 통해 직원의 인격이 보호되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괴롭힘 발생 시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는 아쉽게도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 시행되는 법률의 실효성을 따지는 시각도 존재하는데요, 일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하여는 개별법의 적용을 통해 법적인 조치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새롭게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괴롭힘 문제를 우선 기업의 자체적인 체계와 해결 절차에 맡겨 적극적인 예방과 조치를 유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새롭게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후 대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서는 사용자와 임직원 모두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