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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일본, 가지 않고 사지 않습니다! 한국을 뿔나게 한 한일 무역분쟁의 전말


상반기 경제뉴스 키워드는 미국-중국 무역 전쟁이었습니다. 이에 관해 지난 글에서도 소개를 해드렸는데요. 세 달 정도 지난 지금도 미국-중국의 무역전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오히려, 상대에 대한 관세 보복 수위를 더 높여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반기 경제뉴스의 키워드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 분쟁입니다. 뉴스에서 일본 불매운동,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뉴스를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오늘은 한일간 무역분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분쟁의 시작점


2018년 10월 30일, 우리나라 대법원은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 원씩 배상하라는 최종확정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의 핵심쟁점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개인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는지에 대한 여부였습니다. 이 청구 소송은 일본에서 먼저 진행되었는데,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는 2003년 원고 패소 확정판결을 내렸습니다. 골자는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은 소멸, 신일철주금의 채무가 신일본제철에 승계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05년 대한민국 법원에 청구 소송을 진행한 것이죠. 1심, 2심에서는 일본 재판의 효력을 인정하였지만, 2012년 대법원이 파기 환송 판정을 하면서, 2013년 고등법원 원고승소 판결,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은 원고 승소 최종 판결 결론을 냈습니다. 이후 한국 내 일본기업 자산 압류 절차에 돌입하였고, 일본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라며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죠.



▶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조치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반발해 우리나라에 보복조치를 결정했습니다. 지난 7월 1일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소재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며 한일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것이죠. 해당 소재는 스마트폰 등 OLED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 와 반도체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입니다. 이들 품목은 일본이 세계시장 점유율 70~9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 품목에 관해 수출 허가 신청 면제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함으로써, 해당 품목의 수입을 위해서는 90일 정도의 일본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과정이 생기게 됩니다. 일본정부는 이와 같은 조치를 “한국과의 신뢰관계 상실 및 일본의 안보를 위한 수출관리 제도를 위한 것” 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위한 내부 결집용 분석이었습니다.




수출규제의 탈을 쓴 일본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보복조치




뒤이어 일본은 7월 21 참의원 선거가 종료된 후에도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조치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7월 24일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 조치를 발표하였고, 8월 2일 예정대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이죠. 화이트 리스트 국가란, 일본이 수출을 할 때 우대조치를 해주는 국가들입니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영향을 받는 품목은 약 1,100여 개 정도로, 이중 첨단 산업 관련 부품은 767개, 반도체 관련 소재는 30여 개 정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의미하는 것은, 위 품목들에 대해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직접 수출할 물자를 허가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시행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처럼 특정 상품들에 대해 수출 여부, 지연 등을 할 수 있다는 사항인데요.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는 곳은 국내 중소기업입니다. 대기업들은 수입처 다변화, 국산화 등을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단기간에 거래처를 변경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7월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일본의 수출제한조치와 관련된 중소 제조업체 26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 정부 수출규제를 6개월 이내로만 견딜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59%에 달했습니다. 또한 일본은 교역 상대국을 백색국가와 비 백색국가로 구분하는 대신 A, B, C, D그룹 체계를 채택해 한국을 B그룹으로 분류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경제 보복이 아닌 수출관리 세분화’ 라는 자국 입장을 반영한 조치로 보이는데요.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번 조치는 안보의 관점에서 수출관리제도를 적절히 실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일본은 3차 보복 카드마저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품목 확대나, 금융 분야로 전선을 넓힐 수도 있다는 의견인데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는 하나, 지소미아 종료 등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며 3차 보복의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 강경한 한국 정부의 대응


이런 일본의 보복조치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도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정부는 일본의 보복조치를 WTO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지난 후쿠시마 수산물 WTO 승소를 이끌어낸 통상 분쟁 대응 업무 팀 등이 제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WTO 제소 절차는 제소장 역할을 하는 '양자협의 요청서'를 일본에 내면 시작됩니다. 다만, WTO 제소 최종결과가 나오는데 까지는 2~3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반도체 소재 등 수출규제 품목에 대한 국산화입니다. 정부는 8월 5일 일본의 조치에 대한 근본적 대책으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앞으로 7년간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에 7조8,000억 원 투자, 일본 의존도가 높은 100대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국 다변화, 해외 기술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공급 안정성 조기 확보 등을 골자로 하는 발표였습니다. 




한국의 대응은 경제적으로 일본과의 교역에서 오랜 기간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며,

이번 일로 그 심각성이 부각됐기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인 측면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현제 우리나라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는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를 백색국가와 비슷한 개념의 '가' 지역에, 그 외의 국가를 '나'지역으로 분류했습니다.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을 통해 기존 백색국가들이 포함돼 있던 '가' 지역을 '가의1' 지역과 '가의2' 지역으로 세분화하는데요. 신설되는 ‘가의2’ 지역에는 4대 국제수출통제 가입국가 중, 국제수출통제 원칙에 맞지 않게 수출통제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로 일본을 포함시켰습니다. 

네 번째는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협정 종료입니다. 8월 22일 정부는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공식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협정을 종료하기로 한 것이죠. 또한, 정부는 일본규제 바로가기 ( https://japan.kosti.or.kr/ ),  금융감독원 일본 수출규제 금융애로 신고센터 ( 국번없이 1332 → 6번, 02-3145-8405 ) 등을 운영하며,일본수출 규제에 대한 정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 정부의 대응은 단순히 일제 강점기부터 축적된, 뿌리 깊은 반일 감정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일본과의 교역에서 오랜 기간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며, 이번 일로 그 심각성이 부각됐기에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인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 짚어보려면 국제거래에서의 핵심 지표인 경상수지 추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대 일 무역수지 현황을 살펴보면, 지금껏 일본에 대한 한국의 적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그만큼 손해가 막심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지난해까지 54년간 한국의 대일(對日) 무역 적자 누적액은 총 6,046억 달러(약 708조 원)에 달했습니다. 65년 1억3,000만 달러였던 적자 규모는 1974년 12억4,000만 달러, 1994년 118억7,000만 달러로 커졌죠. 1998년 한때 46억300만 달러로 줄었지만 2000년대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10년 361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2010년대에 연간 무역 적자가 2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해에도 240억8,000만 달러 적자로 교역국 중 일본에서 가장 큰 손해를 입은 것이죠. 종합적으로 65년 이후 일본과의 무역에서 한국이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민간차원의 대응


일본의 보복조치가 계속되자, 민간차원에서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다케시마의 날 제정 및 행사 강행 등이 있을 때 마다 일본제품의 불매운동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불매운동은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에, 불매운동 초반에는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단 한번도 성공한적이 없다”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불매운동의 경우는 어느 때 보다 규모가 크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고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본기업들의 혐한, 망언 등이 이어지며 불매 운동에 불을 지폈고 유통·패션·숙박·여행 등 국내 산업계 곳곳으로 불매운동이 퍼지고 있습니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 1위를 지키던 일본 맥주의 경우 점유율이 급락했습니다. 편의점 CU의 8월 일본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GS25에서는 같은 기간 전체 맥주 중 일본 맥주 매출 구성비는 작년 22.1%에서 1.8%로 추락했습니다. 불매 운동과 편의점 판매 측에서도 ‘4캔 1만원’ 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7월 국내 양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일본노선 여행 수요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2%, 38.3% 감소했습니다. 저가항공(LCC)사들도 일본 노선을 잇따라 중단하고 감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향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는데, 8월 19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올해 일본 여행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81.8%로 집계됐다. ‘올해 일본 여행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13.4%에 그쳤습니다. 




이 같은 불매운동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3명 이상의 대다수는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는 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은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하더라도 중단하지 않고 과거침략을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또는 사죄·배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불매운동이 이어질 것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리 국민의 불매운동은 과거침략을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또는, 사죄·배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불매운동을 이어갈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오늘은 한일 무역분쟁의 원인과 그에 따른 정부의 대응,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자발적인 불매 운동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현재 한일 양국은 경제성장률의 하락과 반도체산업 뿐만 아니라 수출산업계 전반적인 감소 추세를 걱정해야 하며 '경제 살리기'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일 FTA’ 교섭 재개나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TPP11)’ 체제에 한국의 가입(진입)을 돕는 등 한-일 경제협력 대화 채널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일 무역전쟁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계속해서 이슈가 될 내용이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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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