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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수명 연장의 시대, 은퇴자산의 수명도 늘려야 한다


<달과 6펜스>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윌리엄 서머싯 모옴(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년)의 작품 가운데 <로터스이터(The Lotus Eater)>라는 단편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토머스 윌슨은 영국 작은 도시의 은행 지점장이었습니다. 그는 30세에 아내와 사별했고, 외할머니 손에 키워진 하나 남은 딸마저 병으로 세상을 뜨자, 삶의 목표를 잃게 됩니다. 그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버티다가 결국 35세에 살던 집과 여타 재산을 모두 정리한 자금으로 60세까지 25년간 연금을 받는 보험상품을 매입했는데요. 그리고는 흐리고 안개 자욱한 영국을 떠나 햇볕 좋은 이탈리아 카프리섬으로 이주합니다.



▶ 수명 연장으로 장수 리스크 확대 


카프리섬으로 이주한 윌슨은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산책도 하고 수영을 즐깁니다. 각지에서 여행 온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그 스스로 말하길 ‘완벽하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죠. 그의 사정을 알게 된 사람들은 윌슨이 60세가 지나면 완벽하게 행복했던 삶을 스스로 마감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윌슨은 연금이 끊긴 이후로 6년을 더 살다가 비참하게 생을 마치고야 맙니다. 

소설 속 윌슨은 17세부터 은행 일을 시작했고 30년이라는 근무 기간을 채우면 평생 연금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47세는 인생을 즐기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고 판단하고, 더욱 젊고 에너지가 넘칠 때 삶을 누리기로 결정한 것이죠. 물론 죽는 날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었으나, 그러기에는 자금이 부족했던 관계로 25년간만 연금을 받도록 설계한 것이죠. 소설의 배경인 1910년대 당시만 해도 50대 사망률이 높았고, 60세 이상 무조건 생존할 것이라고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은퇴 후 예상보다 오래 살게 되는 위험을 장수 리스크라고 합니다.




오래 전 출간된 이 소설은 최근 우리 사회 현상과 맞물리며 묘한 여운을 남기는데요. 윌슨의 경우처럼,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은퇴 후 예상보다 오래 살게 되는 위험을 ‘장수 리스크’라고 합니다. 가진 재산보다 오래 사는 위험이 장수 위험으로, 연금 생활자가 사망하기 전에 수령 가능한 자금이 다 떨어지게 되는 상황에 발생하지요. 윌슨은 60세까지 살 줄 알고 그때까지 쓸 돈만 준비했는데, 예상보다 더 오래 살게 되면서 집세를 못 내고 쫓겨나는 지경에 이르렀고 끼니를 해결하기도 버거워졌습니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평균 장수 리스크는 0.74로 추정돼 미국(0.32), 일본(0.29), 영국(0.33) 등 선진국보다 2.5배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수 리스크가 0.74라는 것은 실제 은퇴 기간이 자신의 예상보다 평균 74% 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평균 기대수명 82.7세... ‘최빈사망연령’은 90세 예상 


기대수명은, 0세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로, 0세의 기대 여명을 말하는데요.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2017년 기대수명은 평균 82.7세로 2009년에 사상 처음으로 80.0세에 도달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OECD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은퇴 이후를 걱정하기 시작하는 현재 50세의 남자가 8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61.9%이고 여자는 81.3%에 달합니다. 90세까지 생존할 확률도 남자가 21.0%이고 여자는 40.7%에 이릅니다.


   


평균 기대수명은 영유아나 청년의 사망까지 포함하는 관계로, 확률적으로 더욱 유의미한 사망 나이를 파악하기 위해 ‘최빈사망연령’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최빈사망연령은 가장 사망률이 높은 나이를 의미하는데요. 국무총리 산하 공공 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우리나라 최빈사망연령이 2017년 88세에서 2020년 이후에는 90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빈사망연령이 90세를 넘어서면 100세 시대로 접어든 것으로 간주하는데, 일본의 최빈 사망 연령은 92세라고 합니다. 결국, 50~60세에 은퇴해서 40~50년을 더 살게 되는 것이지요.




길어진 수명만큼, 은퇴자산의 수명도 연장되어야 합니다.




▶ 은퇴자산의 수명이 연장돼야 하는 이유


은퇴 후 50년 가까이 더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죽기 전 노후자금이 먼저 사라져서는 안 되겠죠. 길어진 수명만큼 은퇴자산의 수명도 절대적으로 연장될 필요가 있습니다. 노후자산의 수명을 자신의 수명과 맞추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은 종신형 연금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국민연금은 대표적인 종신연금입니다. 국민연금의 장점은 물가 변동을 반영해 연금지급액이 조정되므로 현재 가치가 유지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 선에 그쳐, 공적 연금만으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사적 연금으로 노후자산을 보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노후 자산을 보강하는 연금보험 상품에 가입해 노후기간 연금을 수령하는 방법에는 종신형 외에도 확정형과 상속형이 있습니다. 종신 연금형이 생존해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연금을 받는 상품이라면, 확정 연금형은 한정된 기간에만 연금을 수령하고, 상속 연금형은 생존 기간에 적립금의 일정 부분만 연금으로 받다가 사망 이후 수익자(혹은 상속자)에게 적립금을 물려주는 방식입니다.  


 


확정 연금형은 10년, 15년, 20년 등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을 사전에 정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기간의 적립액을 인출하므로 연금 수령액이 상대적으로 많으나, 윌슨의 사례처럼 장수 리스크에 노출되는 게 문제이죠. 확정 기간을 늘릴수록 수령액은 줄어들며, 기간 내 사망할 경우 남은 적립액은 상속됩니다. 종신 연금형은 오래 살수록 유리하지만 조기 사망하면 적립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20년, 30년, 100년 등 지급보증 기간을 설정하면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더라도, 남은 기간에 수익자(혹은 상속자)가 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급보증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금 수령액은 감소하게 됩니다. 그리고, 상속 연금형은 적립액은 그대로 두고 이자만 수령하는 방식으로, 적립금을 상속재산으로 물려주고자 할 때 선택할 수 있습니다.



▶ 부족한 현금흐름은 투자자산으로 보완하자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으로도 부족한 현금 흐름은 투자자산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저금리 환경에서는 은행 금리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으면서 정기적인 소득이 창출될 수 있는 투자자산이 바람직합니다. 채권과 배당주가 대안이 될 수 있는데요. 다만 투자자산은 기대 수익이 높으면 위험도 커지므로, 은퇴자산으로 편입되는 투자자산은 위험 관리가 병행돼야 하며, 전체 자산의 일부만을 분산 투자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해외 채권, 특히 브라질 국채는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이 장점입니다.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는 이자 지급에 적용되는 표면금리가 10%에 달하고, 매매수익률(만기 보유 시 투자수익률)은 8%에 육박하지요. 국가 간 조세협약에 따라 채권 투자에 따른 수익(이자수익, 시세차익, 환이익)은 비과세 됩니다. 다만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로 투자되므로 브라질 통화가치가 급락하면 이자수익을 뛰어넘는 환 손실이 발생합니다. 환율은 주가보다도 예측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될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는 게 단점인데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판매한 브라질 채권 규모는 6조 1,680억 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환율이 흔들리고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 언제라도 손실이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5%로 전격 인하한 가운데 이자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주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주가 상승을 통해 창출되는 시세차익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한 기업이 지급하는 배당소득입니다. 2010년 초 이후 코스피의 배당수익률(배당금/주가)은 1.2%에서 2.2%로 상승했지만, 예금은행 수신 금리는 3.87%에서 1.86%로 낮아졌습니다. 물론 배당수익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고 해도 배당주도 커다란 주가 변동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배당소득을 상회하는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현실을 직시하고 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터스이터(Lotus Eater)를 직역하면 연꽃 먹는 사람이지만, 현실 감각이 부족한 사람 혹은 몽상가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로터스(연꽃 열매)를 섭취하면 세상 근심을 잊고 몽상에 빠진 채 나날을 보낸다고 하는데요. 현실을 도피한 데 따른 책임은 결국 스스로가 부담해야 할 몫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후생활 고민을 털어버릴 수 있는 완벽한 해법이 주어졌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현금흐름이 꾸준히 창출될 수 있는 노후자산을 장착해 정면으로 맞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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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