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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자신을 위하는 것이 가족을 위하는 길, 나 자신을 위한 노후준비

요즈음 노후준비에 다들 관심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직업이 금융 쪽이다보니, 고등학교 동창 그리고 직장동료들과 만나면 대화주제는 단연 ‘노후준비‘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연금은 얼마나 들어놨냐” “퇴직금은 어떻게 받아야 하느냐” ”애들 뒷바라지는 언제까지 해야 되나” “은퇴 후에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등 내용이 다양합니다. 사실 이런 고민이 지금의 고민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전 중국 송나라 주신중이라는 학자도 이런 고민을 한 것 같아요. 이분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섯가지 계획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요. 1.生計/2.身計/3.老計/4.家計/5.死計 입니다. 여기서 세 번째  노계는 노후에 대한 계획으로 “국가와 자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당당한 노년의 삶이다” 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멋진말 같습니다. 이 말을 조금만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부모는 자녀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당당한 노후라고요. 

사실 우리나라가 노후준비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30년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되고, 1994년에 처음으로 개인연금이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0년도에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이상 어르신들의 비중이 7%로,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노후준비에 대한 필요성을 더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현재 65세 인구비중은 몇%일까요? 약 15.7%로 이미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이제 7~8년 안에 20%가 넘으면서 일본처럼 (초)고령사회가 됩니다. 결국 장수사회가 된다는 의미인데요. 이 말은 자녀나 부모 모두가 생각보다 길어진 노후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님들은 이렇게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노후준비라는 단어가 솔직히 너무 낯설다. 이게 뭐냐! 언제 이런 단어가 만들어 진거냐?” 누구 못지않게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고, 재산이 없는 것도 아닌데 가끔 비어 있는 지갑을 보면 불안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왜 그럴까요? 이분들이 젊은 시절 열심히 일을 하셨던 70,80년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때는 평균 수명이 고작 60세 안팎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직장을 그만둔 후에 노후기간이라는 것이 불과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어디에 투자나 저축을 하든 그리고 무슨 장사를 해도 돈을 불릴 수 있는 시절이었습니다. 바로 그 세대가 지금 노년을 맞이하게 된 것이지요. 수명은 생각보다 더 길어졌습니다. 노후기간은 평균 20~30년입니다. 이제 두 자릿수 금리는 금융역사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지 싶습니다.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변수가 생겼습니다. 부양문화가 변화했어요.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면, 그 자녀가 장성하여 나이든 부모를 부양하는 선순환 구조였지만, 지금은 경제가 어렵다 보니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부모가 여전히 계속부양을 하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점점 노후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은퇴설계와 노후준비교육과 관련해서 오랫동안 상담을 해왔습니다. 대부분의 상담방향은 돈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하나의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계산된 돈을 과연 모을 수는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가령 60세 은퇴해서 30년동안 노후생활비를 최소 200만원만 쓴다고 할 때 원금만 7억2천만원입니다. 이 돈은 500만원 급여를 받는 사람이 12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는 겁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과연 내 생애에 저 돈을 모을 수는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든 거죠. 

72법칙을 들어보셨나요? 내 돈이 늘어나는 속도를 빠르게 속셈하는 계산방법입니다. 72를 금리로 나누어 주는 간단한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1980년대에는 평균금리가 24%였다면 3년만에 내 재산이 두배가 되는 것 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리가 2%라고 하면 36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거죠. 돈을 모으는 노후준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벨경제학수상자(1997년)인 로버트 머튼교수는 “ 은퇴 시점에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 전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 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이게 무슨말이냐. 가령 7억2천만원을 모으려고 하지 말고, 월 200만원의 소득을 어떻게 구성하고 소비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현실적 이라는 것입니다.

 

송구하지만 저의 아버님 이야기를 짧게 해보려고 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가난한 노동자로 평생 살아오셨습니다. 부산영도조선소에서 젊은 날 소위기름밥 드시면서 밤낮으로 용접 일을 하시며, 가족을 부양하셨습니다. 노후준비요? 그런 단어가 있는 줄 모르고 사셨습니다. 그래도 용접기술을 가지고 계셔서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곧잘 나가셔서 일을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평상복은 언제나 작업복이었습니다. 남들처럼 브랜드가 있는 옷을 입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셨습니다. 어쩌다 자식들이 좋은 옷을 선물로 드리면 “이건 얼마짜리냐?” 하시며 너무 비싸니까 내심 환불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계셨던 같아요.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나 자신에 대해 인색하고 소비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아껴서 나중에 가족을 위해 필요한곳에 쓰려고 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어느날 예고 없이 뇌경색과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이라는 병마가 찾아왔고, 결국 투병 끝에 2년전 12월 마지막 날 저희 가족 곁을 떠나셨습니다. 아버지는 병원과 집 그리고 요양병원에서 계시면서 빈 노트에 시간이 나실 때 마다 그간의 삶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을 많이 표현하셨습니다. 당신과 어머니를 위해 원 없이 돈 한번 쓰지 못한 것을 그렇게 후회하고 미안해하셨습니다.

 

 

우리 부모님세대 ‘노후준비’는 그저 ‘가족부양’이었습니다.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의 노트를 보고 노후준비의 관점과 가치관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님께서 “행복의 기준이 과거에는 돈을 어떻게 버느냐였다면, 지금은 돈을 어떻게 소비하느냐로 바뀌고 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노후준비도 이제는 오로지 가족부양의 관점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현 시대에는 노후설계방향과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라는 측면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나를 위한 소비를 할 수 있을까요? 먼저 2040세대와 5070세대의 준비방법이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040 세대가 샘물이 계속 솟아나는 우물이라면 5070 세대는 더 이상 샘물이 솟아나지 않는 우물입니다. 5070 세대가 자신의 우물에서 죽을 때까지 목을 축이기 위해서는 막혀버린 샘물이 다시 나오도록 다른 길을 뚫거나, 우물이 썩지 않고, 고갈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해야 합니다.
 
며칠 전 구내식당에서 회사를 퇴사한 선배님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때 회사에서 승승장구 하셨던 분인데 최근에 ‘주택관리사자격증’을 따서 지방상가 건물을 관리하게 되었다며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월수입 250만원, 지방에서 근무해야 하니 월세와 생활비를 공제하고 나면 얼마 안 되는 수입이지만 처음 시작하는 일에 매우 들뜬 기분이셨다 합니다. 막혀버린 샘물이 다시 나오도록 다른 길을 뚫었다고 볼 수 있겠죠. 

 


또 몇 년 전에 지인소개로 한 어르신이 찾아오셨습니다. IMF시절 공무원으로 명예퇴직 하신 분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연금으로 수령하시지만 당시만 해도 금리가 높다 보니 일시금으로 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목돈으로 2,3억정도를 은행에 두고 이자로 생활하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문제는 자녀들이 결혼을 하고, 집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큰아들과 작은아들에게 결혼 자금과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주고, 이자와 그리고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일정금액을 받기로 했습니다. 한달, 두달, 세달 매월 이자인지 용돈인지는 모르지만 정해진 날짜에 돈이 잘 들어오더랍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고서는 이자가 밀리기 시작하고 이번 달 들어온 돈이 지난달 분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더랍니다. 그렇게 마음고생하시고 남은 목돈이 5000만원인데 이걸 어디다 투자하면 좋겠냐고 찾아오신 것입니다, 우물이 고갈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우스개소리지만 자식이 내 퇴직금을 발견하는 순간,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다 라는 서글픈 말이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돈에 눈 달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목돈이 생기면 꼭 돈 쓸일이 생긴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도 목장에 풀이 있어야 모여듭니다. 자식에게 다 아낌없이 다 주고 나면, 나중에 부모에게 찾아오는 것은 쓸쓸함과 외로움뿐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퇴직금도 연금으로 나누어서 받는 것이 우물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연금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즈음 복지관에서 가장인기 있는 남자와 여자는 연금 타는 남자와 여자라고 합니다. 일명 연타남(연타녀)라고 하는데요. 과거에는 부동산이나 땅부자가 대세였다면 지금은 연금부자라는 거죠. 이처럼 부자의 개념도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내가 가입한 연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려면 가입한 금융회사에 일일이 물어보고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쉽게 내 연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내연금조회(내연금알아보기)에서 회원가입후 로그인을 하고 본인인증 한뒤 3영업일 이후면 내 연금계약정보와 예상연금액 및 연금수령시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로도 쉽게 보여줍니다. 

내연금액을 확인하고, 만약 아직 연금을 수령 전이라면 자신의 건강 그리고 노후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서 수령시기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무조건 종신토록 받겠다. 아니면 나는 그래도 건강할 때 10년 동안 집중적으로 받아서 알차게 쓰겠다라고 생각하시면 연금수령 전에 해당 금융회사에 얘기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아마 그럴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다. ‘10년동안 받고 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냐?’ 그래서 집, 그러니까 국가에서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주는 주택연금이 있습니다. 이 것은  마지막 보루입니다. 거주하면서 죽을 때까지 생활비를 받는 것이니까요. 

제가 초반에 저희 아버지 이야기를 했는데, 저희 아버지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시기전에 가족도 중요하지만 좀더 자신에 대한 소비에 인색하지 않으시고, 쓰고 싶으실 때 쓰시고 누리셨다면, 후회하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떠나시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행복은 지금 저축해서 나중에 꺼내어 쓰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자식’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지금, 좀 더 가치 있는 소비로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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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