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이요?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Air Multiplier)요.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세상에서 가장 새로운 제품이 탄생했잖아요?”
드림하우스에서 만난 김현영 하우어에겐 참 신선한 바람이 느껴졌습니다. 디자인 특성화고에서 공부를 시작하여 로봇 디자이너가 되고, IT스타트업계에서 4차 산업 관련 지식을 습득하기까지. 김현영 하우어는 단지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세상, 그리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쓸모’를 끝없이 찾아내는 디자이너였으니까요.
Q) 서큘러스란 ‘반려 로봇 회사’에서 일한 점이 특이해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서큘러스는 반려 로봇 ‘파이보(Personal Interconnect roBOt)’의 소프트웨어(software)와 하드웨어(hardware)를 직접 개발하고, 로봇의 다양한 기능과 전용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통해 관련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힘쓰고 있는 회사입니다. “로봇이 인류의 실생활 곳곳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대표님의 철학을 기반으로, 파이보가 단순히 사용자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것을 넘어 다채롭고 유용한 기능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날씨, 뉴스, 검색, 명언, 일정, 카메라]의 기본 봇과 추가로 다운받을 수 있는 [도서 순위, 명상, 바코드 찾기, 음성 일기, 체조, 트렌드 등]의 봇들을 개발하였습니다.
저는 서큘러스에서 파이보의 외형 디자인과 기구설계를 전담했습니다. 사실 ‘디자인(design)’이라는 단어에는 외형과 기구설계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제품 디자인이라고 하면 외형 디자인만을 생각하기도 하고, 실제로 두 파트가 나누어져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파이보 개발 초기에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디자인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각각의 파트에서 일어나는 변수가 잦았고, 이러한 상황에서의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디자인 파트를 종합적으로 맡았습니다.
Q) 이 로봇이 반려로봇 ‘파이보’인가요? 너무 귀여운데요? 꼭 소프트뱅크의 페퍼처럼 생겼어요.
네(웃음). ‘빅히어로’의 ‘베이맥스’, 마시멜로 등 파이보의 디자인에 대한 의견이 다양합니다.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어떤 것’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파이보가 친구들(사용자)에게 많이 알려지고 익숙해져서 파이보의 모습이 기준이 되는 날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앞에서 ‘친구들’이라고 말씀드렸다시피, 파이보는 사용자의 친구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이보 전원 버튼 켬) 그래서 이렇게 반말로 친근하게 대화를 주고받아요. (“파이보가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어”라고 말하는 파이보) 내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도 건네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가져와서 알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춤도 추죠. (실제로 음악에 따라 다양한 춤을 추는 파이보)
요즘 많이 사용하시는 인공지능 스피커 기능에 ‘움직임’과 ‘사용자에 맞춰 성장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질문에 대한 맞춤형 답변을 등록하여 학습시키고, 봇스토어에서 필요한 기능을 다운받아 확장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인간의 형태를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이기 때문에 사용자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하는 데 있어 훨씬 유리한 작용이 일어납니다. 일례로 로봇 박람회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기록한 적이 있는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파이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더라고요. 이어서 다양한 질문을 건네는 걸 보고 파이보가 정말 저분들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겠구나 싶었죠. 현재는 복지관에 보급되어 독거노인과 장애아동의 마음 건강 및 심리상태 개선을 위해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Q) 들을수록 탄탄한 커리어를 다지셨다는 생각인데요. 왜 갑자기 프리랜서로 전향하셨나요?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해보고 싶었습니다. 로봇 디자인이야말로 정말 멋지고 신나는 프로젝트이지만, 당시에는 차기 제품에 대한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 기간에 경험의 스펙트럼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서큘러스’와는 인연이 이어져서 프리랜서로서 프로젝트를 맡고 있고, 최근에는 파이보의 두 번째 버전을 디자인 개발 중인 것도 기쁜 소식입니다. (웃음) 그리고 좀 더 개인에 집중한다면, 쓸모있는 제품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브랜드를 직접 만들겠다는 오랜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었습니다. 수년간 노트에 적어놓은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은 저에게 다시 영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렇게 존재하는 아이디어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엇이든 시도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관심도 빠질 수가 없는데요, 저는 특정 공간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교류에 대한 호기심, 갈증이 항상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생기면 최대한 경험을 해보는 쪽을 택했고, 드림하우스에 입주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직원으로서는 삶의 상당 시간을 일정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 것 또한 하나의 의무였기 때문에, 내가 일할 공간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프리랜서가 되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초반에는 아예 정해진 공간이 없는 디지털노마드가 적성에 맞는 줄 알았으나, 매일 무거운 짐을 들고 앉을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직업의 특성상 3D 형상을 만들거나 오랜 시간 렌더링을 걸어야 할 때도 있어 오히려 비효율적이었죠. 그래서 개인 작업실을 구축하여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형태로 일을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하거나 가벼운 도구만 필요한 날에는 적극적으로 외부로 나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드림하우스에 입주하고 나서는 하우어 전용 작업 공간인 LOFT와 카페 19평 거실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은 연남동에서 한 분 한 분 존경스러운 하우어들과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 제가 바라고 있던 삶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하우스에 와서 좋은 소식은 바로 ‘3D 프린터 운용기능사’를 취득한 일입니다. 제품뿐만 아니라 패션, 식품, 건축,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3D 프린팅 기술이 활용되는 추세거든요. 혹시 3D 프린터로 출력한 인공육 스테이크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층층이 쌓아 만든 고기인데, 실제 소고기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소를 키우면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어 자연 친화적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노력,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3D 프린팅과 브랜드의 조합, 이것이 향후 제 계획의 단초이기도 합니다. (웃음)
Q) 브랜드와 3D 프린팅 기술의 조합이라. 정말 신박한 아이디어네요! 시간, 노력, 에너지의 절감이란 측면에서 ‘지속가능성’과도 참 맞닿아 있는 것 같은데요?
네, 바로 그런 부분이 제가 ‘3D 프린팅 기술’에 더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3D 프린팅의 여러 과정에서 낭비되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 중입니다. 3D프린터의 종류별로 사용되는 재료와 출력 방식의 차이가 있으나 보급형인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을 예로 들자면, 필라멘트 형태의 물질을 노즐 안에서 녹여 레이어를 지층처럼 쌓아 출력합니다. 그 특성상 중력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잘못하면 형상 일부가 무너져 내리거나 출력 전체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3D프린터의 특성에 적합한 모델링을 한다면 경쟁력과 매력을 겸비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시간과 재료를 들여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게 되는 거죠. 이러한 점에서 착안하여 시간과 재료의 낭비를 줄이고 성공적인 3D프린팅을 돕는 키트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3D 프린터에 들어가는 필라멘트 역시 재활용된 필라멘트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병뚜껑을 분쇄, 압출하여 새활용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있듯이, 필라멘트 역시 버려진 플라스틱을 분쇄하여 다시 필라멘트로 만들거나,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는 등의 시도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거든요.
Q) 이 ‘불안한 시대’에 프리랜서로 일하는 동력이 무엇일까요? 앞으로의 구체적 목표는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된 건, 회사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기회가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진다는 깨달음이었죠. 물론 불안하죠.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인생이잖아요?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있다면, 좀 더 일찍 겪어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전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는데, 더 정확히는 그분의 ‘실행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모든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분명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 흐름을 IT 스타트업계에서 확실히 느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이런 흐름을 읽고 꾸준히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끝없이 ‘쓸모’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것이 저의 변하지 않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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