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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기억을 새기는 타투이스트, 조명신

타투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요즘 들어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 개인의 개성을 나타내는 도구로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타투가 멋이나 개성의 표현이 아닌 의학적 필요에 의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 오늘 ‘범상치 않은 사람’으로 모신 분은 치매 환자를 위해 타투를 하는 메디컬 타투이스트 조명신 원장님입니다.

 

 

의사? 타투이스트?

현재 국내법상 바늘을 사용하는 타투 작업은 의료법상 의사만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요. 조명신 원장님은 성형외과 35년 차, 타투이스트 25년차로 성형외과 의사이자 치매 환자에게 타투를 하는 메디컬 타투이스트입니다. 그는 왜 치매 환자를 위한 타투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지금부터 인터뷰를 통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치매 환자를 위한 타투에 대하여

Q. 치매 환자를 위한 타투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어느 날 중년 남자분의 손에 노인분이 이끌려 오셨어요. 중년 남자분의 어머니셨는데 치매에 걸리셔서 3일만에 집에 돌아오셨다고 해요. 어머니가 자주 집을 못 찾고 길거리를 헤매고 다니는데 정작 어머니는 그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시니,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아들이 “손목에 아들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새겨달라”고 하더라고요. 이 시술은 저에게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치매를 앓는 분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지금까지 ‘치매 노인 실종 방지 타투 캠페인’을 진행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Q. 실종 방지 목걸이, 팔찌 등 조치할 수 있는데, 치매 타투를 해야 하는 이유는?

치매 노인을 돌보는 보호자들의 수칙 중에는 '실종 방지 팔찌'나 '목걸이' 등이 있긴 하지만 환자가 거부하거나 보호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착용하지 못한 채 외출하여 실종될 수도 있는데요. 이 때 몸에 남겨진 타투를 통해 보호자가 치매 환자를 안전하게 찾을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치매 환자를 위한 타투 시술 시 어려웠던 점은?

치매 환자분에게 타투 시술을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 당사자의 적극적인 동의인데요. 사실 치매 타투의 특성상 본인보다는 가족의 필요에 의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의가 쉽지 않기도 합니다. 다만, 동의가 완료된 후에는 5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시술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반드시 보호자가 옆에 함께 계시는 것이 중요한데요. 치매를 앓으시는 분들은 의사를 의사로 보기보다는 낯선 타인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친근한 가족분이 옆에서 안심시켜 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쉽지 않았을 타투이스트의 길

Q. 타투를 위한 미국 유학,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어떠셨나요?

제가 타투를 처음 시작했던 시기에는 국내에서 타투를 조금 터부시하던 시기였습니다. 타투에 대해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해외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죠. 타투 기술이 발전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단순히 그림만 잘 그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타투머신과 바늘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배우고 혈액을 통해서 옮을 수 있는 병원체에 대해서 의과대학만큼이나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도전은 손해가 아닌 투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감히 도전해서 열심히 공부했고요.

 

Q. 치매 타투, 많이 하러 오시나요?

저는 치매 타투를 지금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진행할 예정인데요. 아쉬운 점은 제 기대만큼 많이 오시지는 않았다는 점이예요. 한 해에 10분 정도 오시는 것 같은데, 막상 오셔서 접수를 하지 않으시던 분도 계셨어요. 오셔서 싸우시는 분들도 있고요. 많은 분들이 부끄러움에 그러시는 것 같은데, 치매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질환이거든요. 치매로 실종되는 노인들이 매년 만 명 이상이라고 하는데 노령화되는 사회에서 이러한 분들을 보는 시선부터 바뀌어 가면 좋겠습니다.

 

 

치매 타투, 왜 계속 하시나요?

Q. 의사로서의 일도 바쁘실 텐데 선생님께서 하셔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누군가가 등산가에게 그랬대요. 저 높은 산에 왜 오르냐고…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고 대답했다고 해요. 저도 그렇습니다. 의사이기 때문에, 또 이 일이 금전적인 보상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돕는 데서 오는 보람과 가치는 보상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치매 환자분들보다 가족분들에게 해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지금 아프신 그 분은 젊은 날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분들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위치가 본인의 위치가 될 수도 있어요. 치매 환자가 기억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상황에서의 감정은 분명하게 기억합니다. 어렸을 때 받은 사랑만큼, 그 희생을 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소중하게 대해주세요.”

 

최근 치매 환자의 실종과 가족들의 어려움 또한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늘은 치매 환자들을 위한 타투를 하는 타투이스트이자 의사이신 조명신 원장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조명신 원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 내용을 바탕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어려움, 그리고 이를 위해 사회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노력에 대해 이해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더 자세한 범상치 않은 사람들 '조명신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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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