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둘째주 목요일 오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브런치와 함께 클래식을 즐기러 온 관객들로 붐빕니다. 바로 예술의 전당의 간판 프로그램 11시 콘서트를 찾는 관객들인데요. 클래식 무대와 관객간의 거리를 좁히고자 시작한 이 기획 콘서트는 클래식과 친해진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10년이 지난 지금도 순항중이죠. 2004년 9월 시작한 11시 콘서트를 꾸준히 후원한 한화생명도 11시 콘서트의 성공에 숨은 공로자인데요. 당시 기업의 문화후원이 세계적 음악인의 내한 공연 후원이 주를 이룰 때, 한화생명은 고객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11시 콘서트를 꾸준히 후원해 왔답니다. 이름처럼 ‘한화생명과 함께 하는 11시 콘서트라 할 만 하죠?
뭐니뭐니해도 11시 콘서트의 꽃은 친절한 해설인데요. 당시 예술의 전당 사장(김용배 피아니스트)까지 해설자로 나와 관객과 소통하며 음악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송영훈 첼리스트에 이어 지금은 드라마 밀회에서 조인서 교수 역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박종훈 피아니스트가 친절한 해설을 맡아주고 있어요. 그럼, 이제 1월의 11시 콘서트와 함께 해 볼까요?
1. 클래식을 통해 '경기병' 을 알다 - 주페 '경기병 서곡'
경쾌한 트럼펫 선율이 우리에게 익숙한 주페의 ‘경기병 서곡’은 작곡가와 곡 명을 모르더라도 경쾌한 행진 선율로 유명한 곡입니다. 이 곡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프란츠 폰 주페의 곡으로, 주페는 오스트리아 빈 스타일의 우아한 리듬과 밝은 선율이 강점으로 희가극 중 특히 서곡의 작곡가로 유명하죠. 희가극 ‘경기병’은 초연 당시 크게 성공했지만, 현재는 ‘경기병 서곡’만이 활발히 연주되고 있습니다.
위의 경기병 그림은 ‘프랑스 제4후사르연대’라는 작품인데요. 이 그림을 보면 주페의 ‘경기병 서곡’의 경쾌한 선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요. 경기병은 가볍게 무장한 말탄 병사들을 가리키며 보통 정찰, 소전투, 습격을 주로 맡았다고 해요.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철갑옷을 두르지 않고 말을 타고 전진하는 병사들의 경쾌한 말발굽 소리가 우리에게 익숙한 팡파르 선율로 연상시킬 수 있을 정도로 경기병의 행진을 잘 묘사한 작품입니다.
2. 천재의 면모가 느껴지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클래식 작곡가하면 어떤 음악가가 가장 먼저 생각나세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등의 작곡가가 떠오를텐데요. 여기에 ‘천재 작곡가’를 덧붙인다면 어떨까요? 아마 열에 열은 모차르트를 대답할 거예요. 모차르트는 천재 작곡가 이전에 피아니스트였고, 바이올린도 상당한 실력으로 연주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 실력을 십분 활용한 5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습니다. 불과 19세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5곡을 썼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천재지요? 그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곡이 마지막으로 작곡한 5번 협주곡입니다. 이 곡은 그의 천재다운 면모가 도처에 느껴지는 듯 한데요.
1악장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은 관현악 합주가 으뜸화음을 강하게 연주하면서 시작하고,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미세하게 반주하는 가운데 제1바이올린이 여린 스타카토로 으뜸화음을 조심스럽게 짚어 냅니다. 이 도입부의 흐름은 듣는 이로 하여금 바이올린 솔로를 기다리게 하는데요. 여기서 솔로는 바로 주제부로 들어가지 않고 템포를 늦춘 부드러운 선율을 뽑아냅니다.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시도로 주목받는 이 부분이 지나고 나서아 솔로는 주제부로 힘차게 도약하죠.
3악장 중간부에는 ‘터키’ 풍의 단조가 삽입되어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 <터키>로 부르기도 합니다. 당시 오스트리아에는 터키 행진곡 풍의 음악이 유행하고 있었고, 모차르트가 당시의 유행을 작품에 투영한 것으로 해석되죠. 삶의 치열함이 묻어나는 베토벤과는 반대로 자신의 천재성을 한껏 발휘하며 작곡을 즐기는 모차르트가 연상되는 모차르트다운 곡이 아닐까 합니다.
3. 거장의 혁신과 원숙미가 스며있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 4번
베토벤은 앞에 설명했듯이 삶의 치열함, 자신과의 투쟁으로 대표되는 작곡가이죠.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차이는 악보에서 드러난다고 하는데요. 모차르트가 수정이 거의 없는 깔끔한 상태였다면, 베토벤은 지우고 고치고를 반복해서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라고 해요. 이 작품은 그런 작곡가의 삶이 투영된 협주곡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 곡에서 대범하고도 광대한 구상과 풍요로운 정서, 원숙한 수법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곡에는 혁신적인 요소를 띄고 있는데 그 예로 무반주로 피아노 솔로가 시작하는 곡의 구성은 그때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시도였다고 해요. 초연 무대에서 베토벤이 직접 피아노를 맡아 선보였으나 당시 청중의 반응은 싸늘했는데요. 그래서 거의 연주되지 않고 묻혀 있던 작품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연주하면서 곡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도록 한 이가 바로 멘델스존이었습니다. 아마 멘델스존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들을 수 없었겠죠?
4. 고국의 민속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담은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제2번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에는 우리국민의 정서가 투영돼 있죠?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인 리스트 또한 고국의 정서를 음악으로 옮기고자 했으며, 헝가리 민속 음악에 대한 관심을 평생 놓지 않았습니다. 리스트는 헝가리의 여러 도시를 방문하면서 거기에서 익힌 민속음악을 자신의 즉흥 연주로 연주하다가 차츰 악보로 옮겨 적어 출판까지 하게 됩니다.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은 모두 19곡의 피아노 랩소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 작품은 피아노 솔로 버전으로 작곡되었지만 이후 네 손의 위한 버전, 첼로를 위한 실내악 버전, 오케스트르라를 위한 버전 등으로 다양하게 편곡되었어요. 특히 ‘헝가리 랩소디’의 화려한 악곡은 관현악곡에 안성맞춤이죠. 원래 ‘랩소디’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를 지칭하는 것인데, 후대에 와서 ‘정열적이고 자유 분방한 시’를 일컫는 말로 리스트는 헝가리 광시곡에 ‘랩소디’를 적용하여 자유롭운 곡을 써서 피아노 랩소디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고국의 민속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리스트는 실제로 소년 시절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럽에서 지냈고, 모국어도 서툴렀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리스트의 음악은 헝가리 국민들에게 민족적인 자신감을 주었다 해요. 음악이 가진 힘이 실로 대단하죠?
2월 11시 콘서트에서는?
친절한 해설이 있는 클래식 무대, 11시 콘서트는 2월에도 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2월에는 어떤 무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2월에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기타 장승호, 피아노 김정은의 협주로 헨델 왕궁의 불꽃놀이 서곡, 비틀즈 주제에 의한 기타 협주곡,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2, 5악장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