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상한가나 혹은 하한가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편입니다. 주식용어이지만 굳이 주식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보편적으로 쓰는 표현이 되었죠. 그러니, 직장이나 학교에서 누군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는 “그 사람 요즘 상한가야”라고 들 말하죠. 상한가는 이렇듯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 달아주는 훈장 같은 느낌이고요. 하한가는 또 반대 경우에 많이들 쓰시죠. 그런데 이제 누군가를 상한가 혹은 하한가라고 지칭하려면 한번 더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증시의 상하한가 가격제한폭이 두배로 늘어났기 때문이죠.
▶증시 가격제한폭 ±30%로 확대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의 공정한 가격 형성과 급격한 시세변동에 따른 피해방지를 위해 하루 동안 가격이 변동할 수 있는 폭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련된 법칙이 가격제한폭인데요. 일별로 상승할 수 있는 최고가격인 상한가는 기준가격에 가격제한폭을 더한 가격을 말하며, 일별로 하락할 수 있는 최저가격인 하한가는 기준가격에서 가격제한폭을 뺀 가격을 말합니다.
그런데 현행의 가격제한폭이 2015년 6월 15일부터 종전 ±15%에서 ±30%로 확대되었습니다. 가격제한폭이 마지막으로 확대된 시기가 지난 1998년 12월 7일이었고, 당시 ±12%에서 ±15%로 늘어난 것이니 그야말로 17년 만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한 것인데요. 1995년 4월 이전까지는 주가 대 별로 몇 원씩 움직일 수 있는 정액제였지만, 1995년 4월 이후 몇 퍼센트씩 움직일 수 있는 정률제로 변경됐는데요. 지난 1995~96년에는 하루 등락할 수 있는 가격폭이 ±6%에 불과했답니다.
▶바뀐 가격제한폭의 상하한가는 얼마일까?
그럼 현행 가격제한폭 ±30%에서 상하한가를 계산해 볼까요. 가격 산출은 3단계로 진행됩니다. 1차 계산에서 기준가격에 0.3을 곱합니다. 기준가격은 전일 종가가 되겠죠. 그리고 2차 계산에서 기준가격의 호가가격 단위에 해당하는 가격 미만을 절사합니다. 호가가격 단위는 주식 거래 단위인데요. 코스피 주식의 경우 주가가 1,000원 미만이면 1원 단위로 거래되고, 50만 원 이상이면 1,000원 단위로 거래되는 식이죠. 코스닥 주식의 호가 단위는 좀 다르고요.
그리고 3차 계산에서 기준가격에 2차 계산으로 나온 수치를 더하고(상한가) 빼되(하한가), 해당 가격의 호가가격 단위 미만을 절사합니다. 아래 산출 예시를 볼까요.
▶가격제한폭은 증시를 발전시키기 위해 확대되었다?
이번에는 이렇게 가격제한폭이 확대됐지만, 향후에는 가격제한폭이라는 원칙이 단계적으로 폐지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가격제한폭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는 가격제한폭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요. 아시아에서만 일본이 ±22%, 중국이 ±10%, 대만이 ±7% 등의 제한폭을 두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가격제한폭은 주식시장의 혼란을 완화시키고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개별 종목의 주가를 급변시킬 수 있는 대형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격제한폭을 둠으로써 주가의 과잉 반응을 막고 시장 전반의 부정적인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것이죠.
▶가짜 백수오 충격을 막은 정책
지난 4월 말 바이오 업체 내츄럴엔도텍은 가짜 백수오 파문으로 무려 9영업일 동안 하한가를 기록했었는데요. 가격제한폭이 없었다면 하루 동만 주가가 얼마나 빠졌을지 상상하기 쉽지 않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격제한폭이 증시의 효율성을 낮추고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식시장의 기능 중 하나가 활발한 매매를 통해 적정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변동폭을 제한할때 적정가치 발견이 지체되고 자연스러운 수요 공급을 방해해 유동성 흐름을 제한할 수도 있거든요. 또한 주가가 상한가나 하한가에 접근하면 아예 상하한가로 붙어버리는 이른 바 “자석효과”를 야기해 오히려 주가를 왜곡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내츄럴엔도텍의 경우에도 차라리 주가가 종전의 가격제한폭 보다 크게 떨어질 수 있었다면, 악재가 보다 빠른 시일 안에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상대적으로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죠.
▶가격제한폭이 없는 미국과 비교하면?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하루 사이에 급등하면 행복하겠지만 하루 사이에 폭락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죠. 미국의 다우지수는 지난 1987년 10.19(月) 하루 동안 무려 22.6% 폭락하는 “블랙먼데이”를 기록해, 전세계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리기도 했죠. 코스피의 경우 일일 하락률이 가장 컸던 때는 2001년 9월에 기록한 -12% 였습니다.
가격제한폭이 있더라도 개별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습니다. 종목별 변동성 완화장치가 이에 해당되는데요. 종목별 변동성 완화장치는 대부분의 해외거래소가 채택하고 있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수급 불균형 등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락할 때, 냉각기간(2분간 단일가 매매)을 부여해 시장 참가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가격 급변을 완화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랍니다.
이번에 가격변동폭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동적 변동성 완화장치에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가 더해졌는데요. 동적 변동성 완화장치는 직전에 체결된 주가를 기준으로 2~3% 이상 등락할 때 2분간 단일가로 매매해 변동성을 완화하는 장치이고요. 정적 완화장치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10% 이상 변동하는 경우, 10분간 단일가로 매매하도록 해 주가 급변을 완화하는 장치지요. 하루 중 발동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고 합니다.
▶가격제한폭 확대에 대응하는 투자자의 자세를 알아보자!
결과적으로 가격제한폭 확대는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늘어날 위험을 주는 동시에 수익이 증가할 기회를 제공하는 양날의 검입니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지 3주일 정도가 지나가고 있지만,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충격 없이 안착되는 과정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되는 모습이 그 방증이죠. 과거 제한폭이 확대되었던 4차례 사례에서도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지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다만 이번 경우 과거에 비해 변동폭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 그리고 증시 전반의 변동성은 커지지 않더라도 개별 종목의 변동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개인 투자자들의 개별 주식 직접 투자 시, 시가총액이 낮은 소형주나 거래량이 많지 않은 주식들은 등락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하겠죠. 거래량이 적은 소형주라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게 아니라, 실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테마 주식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무성한 루머 주식들은 증시 변동폭 확대에 따른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잘 알지도 못하고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에 근거한 무분별한 묻지마 투자는 자제해야겠고요. 해당 기업 재무 상태와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고 관련 뉴스와 공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투자자가 지녀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가격제한폭의 변화에 더 중요해진 신용문제는?
또한 빚 내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위험이 커졌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증권사에서 자금을 대출받아 주식에 투자하는데요. 주가가 하락해 보유 중인 주식의 평가금액이 일정한 담보유지 비율에 미달하면 추가 담보를 납부해야 하죠. 가격제한폭이 확대돼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유지 비율 미달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고, 추가 담보를 납부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반대매매로 원금을 회수해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가 떠안게 될 수 있죠. 가격제한폭이 확대되자 증권사들도 담보유지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신용거래 기준을 강화하고도 있답니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투자 관련 정보 획득과 위험을 관리하는 전문성 확보의 중요성은 커지게 됐습니다. 전문성이나 정보 면에서 기관투자가에 비해 열세인 개인 투자자들은 개별 주식 직접 투자에 따른 위험에 부담을 느낄 수 있겠고요. 따라서 전문 인력이 운용하는 간접투자 상품(펀드와 변액 등)에 대한 수요도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랍니다. 그러니 주식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용과 합리적 판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염두에 두셔야겠습니다. 가격제한폭 확대에 맞춰 그 두 가지 꼭 명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