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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집으로 돌아온 新 캥거루들, 부모의 노후가 위험하다!

미국에서는 대학졸업 후에도 취업을 못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곁에 머무는 자녀를 ‘이도 저도 아닌 세대’라는 뜻의 ‘트윅스터(Twixter)’라고 부릅니다. 캐나다에서는 직업을 구하러 이리저리 다니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는 뜻에서 ‘부메랑 키즈’, 영국에서는 부모 퇴직연금을 축낸다는 뜻의 ‘키퍼스(KIPPERS : 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뜻으로, 학교 졸업한 후에도 취업을 못한 20~30대를 ‘캥거루족’, 취업을 했더라도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30~40대를 ‘신캥거루족’이라고 칭합니다. 마치 어미캥거루의 주머니에서 보살핌을 받고 살아간다고 해서 나온 신조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의 교육, 결혼, 주거비용 등을 지원하면 자녀는 나이든 부모를 부양하는 선순환 구조였지만,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핵가족이 일반화가 된 지금은 오히려 나이든 부모가 성인이 된 자녀를 역부양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대한민국 5060세대는 노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5060세대 늙은 ‘염낭거미’를 닮아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연령대별 경제적 행복의 장애물로 20대는 ‘일자리부족’, 30대는 ‘주택’, 40대는 ‘자녀 양육과 교육’, 5060세대는 ‘노후준비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40대의 자녀를 위한 과도한 지출이 50, 60대의 노후준비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혹자는 대한민국 5060세대가 늙은 염낭거미를 닮아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독거미의 일종인 염낭거미는 먹을 것이 없으면 새끼를 위해 제 살까지 먹이로 주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5060세대는 은퇴와 동시에 수입은 끊겼지만, 여전히 부모에게만 의존하는 자녀 세대 때문에 제대로 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에 따르면 25세 이상 성인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부모의 경우 지난 1년간 성인 자녀를 위해 월평균 73.7만 원을 지출하였다고 합니다. 그 중 월 50만 원 이하를 쓴다는 응답자가 56.2%로 가장 많았고, 100만 원 이하 26.6%, 100만 원 이상 17.3% 순이었습니다. 위로는 부모부양, 아래로는 자녀부양으로 인해 자신의 노후준비는 뒷전으로 미뤄진 셈입니다.



 다 키운 자식,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나 


보건복지부 전국 출산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2012)에 따르면, 의식주∙교육∙용돈을 포함하여 자녀 1명당 대학 졸업까지 드는 비용은 평균적으로 약 3억 896만 원이라고 합니다. 자녀가 태어나면 매월 약 100여만 원이 자식부양비로 지출되는 셈인데요. 다른 나라의 가구연령별 소비성향을 보면 40~50대 시기의 소득의 증가와 지출 감소로 인해 ‘U 자 형태’가 나타나지만, 우리나라는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로 오히려 40~50대 시기의 지출이 가장 높은 ‘W 자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40~50대에 자녀 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여 50~60대 이후 노후준비 부족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된 자녀의 결혼 역시 부모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평균 결혼 비용이 약 2억 7420만 원이라고 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결혼비용의 60% 이상을 부모가 부담하는 경우가 33.5%였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상황을 보면 5060세대가 ‘자녀부양’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5060세대, 자녀의 결혼이 끝이 아니다 


자녀의 결혼이 자녀 부양의 끝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부모의 자녀 양육 기간을 묻는 질문에 “대학 졸업할 때까지”라고 응답한 비율이 49.6%으로 가장 높았고, “결혼할 때까지” 20.4%, “취업할 때까지" 15.7%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손주를 둔 조부모의 상황은 어떨까요? 영아 자녀를 둔 2030세대 부부의 경우, 82.6%가 조부모의 육아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보수는 50대 평균 60.6만 원, 60대 54.5만 원, 70대 44.9만 원, 80대 이상이 20만 원으로 나타나 5080세대 통틀어 평균 월 55.4만 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결혼할 때까지 자녀를 부양하다 자녀가 자식을 낳으면 손주를 보살피게 되는 상황, 대한민국 60대 노년의 삶은 노후준비를 할 새 없이 평생 자녀와 손자녀의 뒷바라지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노후준비를 위해 어려운 자녀들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부모들에게 노후준비는 어려운 숙제임이 틀림없습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노후준비를 시작하여 자녀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도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김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