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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11시콘서트

우중충한 날씨마저 쾌청하게 뒤바꾼, 7월의 11시 콘서트


늦은 장마로 후덥지근한 7월에도 11시 콘서트는 어김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머금어 그 어느 때보다 축축한 날이었지만, 각양각색의 음이 종횡무진한 공연장만큼은 선선한 기운으로 가득했는데요. 열정적인 연주로 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7월 11시 콘서트를 지금부터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빗속을 가로지르는 낙뢰처럼, 순식간에 오감을 일깨운 7월 11시 콘서트


7월 11시 콘서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젊은 마에스트로, 김광현 지휘자의 해설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해박한 지식과 귀에 쏙쏙 꽂히는 해설로 곡을 감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첫 곡은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이즈’였습니다. 차이콥스키는 발레 음악뿐만 아니라 무대 음악에서 위대한 재능을 뽐낸 작곡가입니다. 11시 콘서트에서 선보인 <예브게니 오네긴>의 ‘폴로네이즈’ 역시 손꼽히는 오페라 작품 중 하나인데요.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의 동명 소설에 완전히 매료된 차이콥스키가 소설 속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감정선을 고스란히 따라 만들었습니다.

 

<예브게니 오네긴> 중에서도 ‘폴로네이즈’는 오페라의 핵심 장면으로 일컫는 그렘린 공주의 무도회 장면에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경쾌한 무곡이다 보니 화려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일품인데요. ‘폴로네이즈’ 특유의 리듬감을 촉망받는 신예인 김유원 지휘자와 수준 높은 연주력으로 유명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훌륭하게 소화했습니다. 터져 나오는 음의 폭죽 덕분에, 마치 파티 현장에 뛰어들기라도 한 듯, 관객의 표정에서 넘실거리는 흥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e단조 Op.64’가 이어졌습니다. 멘델스존 특유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선율이 돋보이는 곡이었는데요. 오늘날까지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명곡 중의 명곡이죠. 그런데 이 곡이 순탄히 세상에 공개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멘델스존이 바이올린 협주곡을 쓸 무렵,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기 때문인데요. 이때, 그가 지휘자로 재직하던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자 오랜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난디트 다비드’가 멘델스존의 조력자로 크게 활약했습니다. 다비드의 따뜻한 격려와 조언이 ‘바이올린 협주곡e단조 Op.64’를 탄생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이죠. 멘델스존이 이 곡을 다비드에게 헌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e단조 Op.64’는 고도의 바이올린 연주 기술이 필요합니다. 1악장 ‘알레그로 모토 아파시오나토(매우 열정적이고 빠르게)’부터 독주 바이올린이 쏜살같이 치고 나오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주에 더해 섬세한 표현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어려운 곡입니다. 하지만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김동현 바이올리니스트는 이러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현란한 손놀림과 현의 조화가 어우러져 하늘을 가로지르는 번개처럼, 관중에게 크나큰 충격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현란한 테크닉과 음악의 결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곡 해석으로 ‘협주곡’의 묘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선율로 무더위를 잊게 만든 7월의 작곡가들

 

  
잠시 인터미션 시간으로 흥분을 가라앉힌 후, 2부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웅장한 울림이 남다른 클라리넷 협주곡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김주현 클라리네티스트가 선보인 코플란드의 ‘클라리넷 협주곡’이었습니다. 애런 코플란드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작품은 ‘미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그래서인지 미국 흑인 노예들의 음악에 근간을 둔 ‘재즈’를 무한한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습니다.

 

코플란드의 클라리넷 협주곡 역시 시대를 주름잡던 재즈 밴드의 리더, ‘베니 굿맨’의 요청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곡은 ‘클라리넷’이 얼마나 화려한 기교를 뽐낼 수 있는 악기인지,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충분히 협주할 정도로 특출 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뚜렷하게 증명합니다. 클라리넷의 새로운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던 코플란드의 ‘클라리넷 협주곡’. 재즈의 자유분방하고 변칙적인 리듬과 클라리넷의 중후한 음색이 맞물려 새로운 음악을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벌써 마지막 곡에 다다랐습니다. 다시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누구나 잘 아실 겁니다. 차이콥스키 역시 ‘햄릿’, ‘탬페스트’ 같은 여러 작품을 음악으로 재탄생시켰죠. 그런데 ‘로미오와 줄리엣’은 1869년 완성되었지만, 정작 청중의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이에 굴하지 않았죠. 무려 16년의 세월을 두고 2번이나 개정 작업해 끝내 명곡을 완성했으니까요. (그래서 현대에 들어 연주하는 곡은 거의 다 세 번째 버전입니다.) 

종교적인 선율에 더해 격정적인 부분까지, 곡은 다채로운 선율의 향연입니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이 발코니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은 숨이 막힐 정도로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운데요. 상승하는 바이올린의 멜로디와 함께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이콥스키가 켜켜이 음을 쌓다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는지,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7월의 11시 콘서트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끈적거리는 습기가 대기를 꽉 움켜쥐어 숨통이 막히던 요즘,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명곡들이 관객에게 신선한 숨을 불어넣어 줬는데요. 무더위와 답답한 마음을 잠시 잊고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8월 11시 콘서트 취소 안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로 심신이 여러모로 지쳐 있는 요즘입니다. 한여름 내리쬐는 강렬한 햇살 같은 열정으로 준비했던 8월의 11시 콘서트. 최근 코로나 19 확진자의 증가세가 지속됨에 따라 8월 12일(목) 개최 예정이었던 <11시 콘서트>가 관람객 여러분과 연주자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취소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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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