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금융

노후 대비보다는 자녀의 교육이 먼저? 노후 대책 vs 자녀 교육비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 238명을 대상으로 '자녀 관련 지출 항목 중 가장 힘들었던 것'에 관해 조사한 결과, 자녀 학원비 등 사교육비 관련 항목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조사되었는데요. 이와 같은 자녀들의 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빚까지 지게 되는 에듀푸어(Edu Poor)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자녀의 사교육비가 노후대비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죠.



▶1인당 사교육비는 증가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규모는 약 18조 원 규모로 2012년 19조 원 규모에 비해 약 1조 원 가까이 감소하였는데요. 첫 번째 원인으로는 학령인구의 감소를 꼽을 수 있습니다. 초·중·고 학생 수는 지난 2010년 723.6만 명에서 2015년 608.9만 명, 2016년 588.3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죠. 학령인구기 감소함에 따라 사교육 시장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셈이죠.


국내 사교육 참여율이 점차 줄어드는 것도 사교육 시장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16년 사교육 참여율은 67.8%로 10년 전인 지난 2007년(77.0%) 대비 9.2%가 감소하며 사교육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반면, 초·중·고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016년 기준 모두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8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월 50만 원 이상 지출하는 학생 비중도 17.1%에 달합니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평균 월 50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돼 지난 10년 새 14만 원이 증가했음을 보여줍니다.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 더 받아



사교육 참여율은 예상대로 부모의 소득 수준과 비례했습니다. 소득별로는 월평균 소득 700만 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1.9%인 반면, 월평균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30.0%에 그쳤습니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 참여율도 높고, 사교육비 지출도 많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입니다.



▶여건만 된다면 자녀 더 지원하고자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대학생 자녀 등록금 지원 비율이 높고, 자녀를 유학 보내고자 하는 응답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생 절반 이상(58%)은 부모님(가족)의 도움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으며, 부모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도움 받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소득별로 조사했을 때, 소득이 높은 부모일수록 자녀를 해외 유학 보내고자 하는 응답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요. 2016년 통계청의 월평균 소득별 자녀 유학을 원하는 비율 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100만원 미만의 가구에서는 45.3%가 자녀유학을 원한다고 응답하였고, 소득이 600만원 이상이 되는 가구에서는 65.3%가 자녀의 유학을 원하다고 답하였습니다.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만, 줄이기 힘든 사교육비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더 좋은 직장을 얻고,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 사회적 현실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자녀를 대학 이상 교육시키려는 부모의 목적은 ‘자녀의 좋은 직업(46.7%)’, 자녀의 능력과 소질 개발(39.2%)’으로 조사됐습니다. 


즉, 사교육의 목표는 좋은 대학 진학이며 이를 위해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자녀 교육에 적지 않은 투자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실제 고졸 근로자 임금 수준을 100으로 할 때 대졸 근로자는 160.5, 대학원졸 근로자는 262.7 등 학력 수준에 따른 임금 격차가 매우 큰대요. 이러한 임금 격차 때문에 부모님들은 자녀교육에 조금 더 집중하고 투자하려는 마음이 높습니다..


하지만 마음과는 반대로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또한 무시할 순 없는데요. 자녀 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65.3%로  높은 응답률을 보여 실제로 사교육비에 대해서 많은 학부모들이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일수록 사교육비 수준, 참여율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나, 부담되는 사교육비를 줄이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죠.



▶교육비 지출로 노후 준비 여력 소진


40대 무리한 자녀 교육비 지출은 노후 준비 여력을 감소시키는 주범입니다. 일반적인 평균소비성향은 소득이 적은 20·30세대가 높고 소득이 많은 40·50세대는 저축증가로 낮아졌다가 노년기 다시 높아지는 ‘U자 형태’를 보입니다. 



그에 반해 한국의 40대는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로 소득이 가장 많을 때인데도 평균소비성향이 높게 나타나는 ‘W자 형태’입니다. 연령대별 소비에서 교육비를 제외할 경우 ‘W자 형태’가 아닌 일반적인 ‘U자 형태’ 모양으로 회복돼 40대 자녀 교육비 지출이 가계 저축 및 노후 준비 여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자녀 교육비 지출은 40대의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이며, 50대 이후 노후 준비 부족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40대의 42.4%가 경제적 행복의 장애물 1위로 ‘자녀 교육비’를 선택했습니다. 은퇴를 앞둔 50대 또한 노후 준비가 부족한 이유로 35.5%가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 부담을 꼽고 있습니다.


자녀 사교육비 지출은 40·50세대 노후 준비의 가장 큰 장애물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은퇴설계 관점에서 볼 때 자녀에 대한 무리한 사교육비 지출은 지양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멀리 보면 안전한 노후 보장이 자녀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도 있습니다.  


노후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가 성장한 후 자녀에게 손을 벌리게 되면 본인에게도 자녀에게도 서로 힘든 생활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죠.



김치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