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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추천

과거의 상처를 피해 도망다녔던 한 남자의 새로운 인생 페이지,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상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오는 걸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아마 상실의 시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텐데요. 그 두려운 시간을, 우리 모두 굳이 미리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뒤로 미뤄두었던 상실의 경험이 막상 자신 앞에 다가오는 걸 막을 길은 없습니다. 어느 날 상실의 실체가 송곳 같은 그 형체를 드러내고 다가와 연약한 가슴을 갈갈이 찢어낼 때, 그 상처의 깊이는 또 얼마나 될까요. ‘시간이 치유해줄 수 있을 거’라는 흔한 위로의 말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면 좋으련마는. 불행이라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들여다보려는, 의 리 챈들러(케이시 애플렉)는 그런 고약하고도 아픈 사연을 가진 남자입니다. 겨울이 유독 추운 보스턴. 리는 .. 2017. 2. 22. 더보기
직장생활 내 존재감 제로 왕따 직장인의 러브스토리, <사랑은 부엉부엉> ‘벽의 꽃’(wallflower)'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원래는 ‘십자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을 뜻하는 이 단어는, 인간관계에 적용되면 아주 고약한 단어로 전락하고 마는데요. 미국에서는 우리문화와는 조금 달리, 졸업파티가 성장기에 꽤 중요한 행사로, 그 파티에서 댄스 파트너 신청을 받지 못해서 벽 앞에 서 있기만 하는 사람들을 바로 ‘벽의 꽃’이라고 부릅니다. 분명 파티가 한창인 흥겨운 공간에 함께 있지만, 인기가 없어서, 사랑받지 못해서 친구들이 춤추는 것을 바라만 보며 자괴감에 빠져드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지요. 매일 함께 생활하지만 그 누구도 귀 기울여주지 않을 때 느껴야 하는 절대적인 고독의 크기는 생각보다 깊습니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이후 사회생활에도 인관관계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이어지는데요... 2016. 12. 20. 더보기
웃음스틸러 유해진, 관객의 웃음을 사로잡다 <럭키> 21회 부산국제영화제도 축제의 막바지에 돌입했습니다. 거장 감독들의 신작부터 올해 세계영화의 화제작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그야말로 영화의 12첩 반상 정도라고 할까요. 수많은 작품 중 기억나는 한 편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단편 경쟁 섹션에서 상영된 선종훈 감독의 이라는 작품인데요. 영화는 골프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의 꿈을 키우던 배우 지망생 연정이 갑작스럽게 영화의 오디션에 참여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오디션장에 들어서는 연정을 보면서 곧바로 영화 의 기막힌 소동극이 떠올랐습니다. ▶냉혹한 킬러와 젊은 초짜 배우 지망생의 삶이 바뀌다 이계벽 감독이 연출한 에서 형욱(유해진)은 매사 철두철미하고, 의뢰인의 목표를 100% 달성하는 완벽한 일처리로 부를 축적한.. 2016. 10. 21. 더보기
파괴를 통해 상실감을 이겨내는 제이크 질렌할의 상처 치유법 <데몰리션> 날아가던 비행기 화물칸에서 떨어진 냉장고가 당신의 머리에 떨어질 확률은? 넌센스 퀴즈처럼 들리시겠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옆에 있던 아내가 그렇게 믿기지 않은 사고로 죽은 이후, 남겨진 남자의 삶은 완전히 초토화됩니다. 얼마 전엔 호텔 야외 수영장 썬 베드에 누워있던 투숙객이 투신자살을 시도한 투숙객에 의해 봉변을 당했다는 기사를 접하기도 했습니다. 불행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어 미리 예측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그게 불가능하기에 불행은 등장 자체가 항상 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의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도 느닷없이 찾아온 불행과 만난 불쌍한 남자입니다. 무수히 많은 날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믿었던 어느 하루, 아내와 차를 타고 있던 그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고작 아내의 타박이.. 2016. 7. 13. 더보기
7년 간의 감금 끝에 탈출에 성공한 모자의 실화 <룸> 매화, 개나리, 벚꽃, 진달래처럼 꽃들이 앞다투어 풍경을 장식하는 계절입니다. 이상기온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고도, 이 아름다운 ‘습격’에는 일단 속수무책 이 됩니다. 물론 뉴스가 전하는 올봄 사정은 좀 다릅니다. 선거 막바지에 이른 각 정당들의 상대 후보 책잡기가 보도되고 물가는 나날이 오르고, 갑의 횡포도 여전히 단골 뉴스로 오르내리는 요즘입니다. 얼마 전엔 세 살짜리 조카를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이모의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이후 범인이 그 아이가 실은 조카가 아니라, 형부에게 성폭행 당해 낳은 친자라는 발언을 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만개한 꽃들과 별개로, 세상은 참 극악하고 잔인하게 순환하고 있구나 싶어지는데요.계절의 아름다움과 따로 떨어진 뉴스의 부조화를 체감하면서 이 영.. 2016. 4. 14. 더보기